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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폭탄보다 위험한 AI- 인간 중심의 AI를 위하여

핵폭탄보다 위험한 AI- 인간 중심의 AI를 위하여

#호모AI 시대"


글로벌연합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버지니아대학교 이현우 교수


AI와 공존해야만 하는 인류


샘 알트먼 오픈AI CEO는 ‘점진적인 특이점(The Gentle Singularity)’이라는 블로그 글을 통해 인류가 이미 AI 발전의 한계를 넘어섰음을 선언했다. 그는 “사건의 지평선을 넘었다”고 표현하며,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닌 하나의 디지털 초지능으로 진입했다고 말한다. 이러한 시점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서, 인류 문명의 전환점이라는 함의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속도는 아직 사회적·제도적 준비 없이 기술만 앞서가는 ‘비대칭적 진화’ 문제를 낳고 있다. 인간은 초지능의 개념조차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 도구를 손에 쥔 셈이다. 이로 인한 불안, 직업 불평등, 제도 미비가 중첩될 수 있다.


초지능의 도입을 단지 기술 혁신으로 보지 않고, 철학·윤리·사회 시스템과의 선제적 정렬(alignment)이 필요하다. 국가와 기업은 ‘AI 윤리 기준’을 법제화하고, AI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마다 사회적 영향 평가제도(Social AI Impact Review)를 도입해야 한다.


이미 인간을 넘어선 초지능, 산업혁명

알트먼은 “챗GPT는 어떤 면에서 지금까지 존재했던 어떤 인간보다 강력하다”고 말한다. AI는 법률, 의료, 과학 등 특정 영역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개인과 사회 구조 전반에 걸친 새로운 혁신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이러한 능력이 인간과 공존하는 방식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미진하다.


기술적 초월이 인간성의 위기를 동반할 가능성이 있다. 인간은 ‘할 일’을 빼앗기면 삶의 의미와 자존감을 잃게 된다. 특히 노동자층과 비숙련 노동자들이 AI 자동화에 따라 대체될 수 있다는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고 ‘확장’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AI-인간 협업 교육 프로그램(Augmented Human Education)을 전국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저소득층과 고령층에게 디지털 전환 훈련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AI세(稅) 도입으로 AI가 창출한 부가가치를 사회적 재분배에 활용하는 정책도 검토되어야 한다.


인류의 진보인가? 욕심의 종말인가?


알트먼은 "놀라운 일이 일상이 되고, 결국엔 중요한 일이 된다"고 말한다. AI는 폭발이 아니라 파도처럼 일상을 채우며 다가온다. 기술 변화는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바꾸지 않지만, 수십 년 후 돌아봤을 때 그 곡선은 완전히 새로운 문명으로 이어지는 고갯길이 된다.


이처럼 점진적인 변화는 대중에게 ‘위기의식 부족’이라는 문제를 일으킨다. 현재 AI가 우리 삶의 기반을 바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그것을 체감하지 못하고 대비하지 못한 채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준비 없는 채택은 개인·조직의 역량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점진적 변화일수록 사회적 인식 향상 캠페인이 필수적이다. 언론, 교육기관, 시민단체, 기업은 ‘AI 시민교육’을 통해 AI 이해도를 높이고, 디지털 전환 감수성(Digital Transition Literacy) 교육을 통해 다양한 계층의 준비도를 높여야 한다.


AI의 정의와 기준은 무엇인가?


알트먼은 인간처럼 사고하고 실수하는 AI보다, 특정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이는 AI를 더 중요하게 평가한다. 그는 ASI의 기준을 ‘과학적 발견력’으로 좁히며, 인간을 능가하는 새로운 지식의 결합 능력을 초지능의 증표로 본다.


AGI/ASI에 대한 정의가 일치하지 않으며, 기준이 모호한 상태에서 기업들은 자사 제품을 무분별하게 ‘초지능’으로 포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AI 과장광고(Hype)가 난무하고, 일반 사용자의 신뢰도와 기대 수준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AGI/ASI 정의에 대한 국제 공통 기준 프레임워크를 마련하고, AI 개발사들은 기술 수준을 검증받는 투명 지표 인증제(AI Transparency Rating)를 도입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실제 능력과 기대 사이의 신뢰를 구축하고, 윤리적 기술 사용을 유도할 수 있다.


핵폭탄보다 위험한 AI- 인간 중심의 AI를 위하여


AI의 가격은 점점 저렴해지고 있으며,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값싼 지능’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 말은 곧 누구나 AI를 다룰 수 있다는 가능성이지만, 동시에 악용될 위험도 증가함을 뜻한다. 알트먼은 “어두운 부분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지만, 그 어둠이 ‘보이지 않기에 더 위험한 것’일 수도 있다.


AI 기술의 접근성과 확산은 곧 위험의 민주화로 이어질 수 있다. 누구나 손쉽게 AI를 이용해 허위 정보, 사이버 공격, 조작 영상 등을 만들 수 있으며, 이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기술 확산과 동시에 AI 사용에 대한 법적 규율과 디지털 시민 윤리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정부는 생성형 AI의 사용 범위와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는 AI 이용자 책임법을 제정하고, 초중등 교육과 대학 교육에서 ‘AI 윤리 실천 사례 중심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결론


변화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다


알트먼의 글은 단지 기술의 발전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사는 우리의 태도와 준비를 묻는 것이기도 하다. AI는 이미 우리와 함께 있으며, 그 변화는 일상 속에서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그 일상이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기술 그 자체보다 인간 중심의 관점과 대응 전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AGI,ASI 특이점은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다. 그것은 오늘도 우리 손끝의 대화, 창작, 사고 속에서 자라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과 책임이다. 인간이 기술을 주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지금이며,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한 전 지구적 각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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