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AI 칩 전쟁의 그림자

AI 칩 전쟁의 그림자

딥시크를 둘러싼 미국의 수출통제와 안보 우려



글로벌연합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버지니아대학교 이현우 교수



글로벌 AI 패권 경쟁 속에 떠오른 '딥시크' 의혹


2025년 6월, AI 기술을 둘러싼 미중 간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번에는 중국 AI 기업 '딥시크(DeepSeek)'가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를 우회하여 군사 및 정보 작전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미국 고위 당국자의 발언으로 불거졌다. 로이터 통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딥시크는 단순히 AI 모델을 개발하고 오픈소스로 배포하는 수준을 넘어, 중국 인민해방군(PLA)과 정보기관에 실질적 기술 지원을 했다는 정황이 발견되었다.

미국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딥시크가 동남아시아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미국의 수출 통제를 회피하고, 고급 AI 칩인 엔비디아 'H100'을 확보하려 했다는 정보를 공개했다. 이러한 정황은 AI 기술이 단순한 산업 경쟁을 넘어서 국가 안보, 군사 전략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조달문서 속 150건의 딥시크 언급

군사 협력의 실체


딥시크가 중국 군사기관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는지는 PLA 산하 연구소 및 국방부 조달문서에 나타난 150건 이상의 언급에서 드러난다. 이는 단순한 기술 소비를 넘어, 딥시크가 AI 알고리즘, 모델 훈련 기술, 데이터 처리 역량 등을 군사 프로젝트에 직접 제공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중국의 감시 시스템에도 딥시크의 기술이 적용된 정황이 밝혀졌으며, 사용자 데이터와 통계 정보를 중국 당국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의 법제상 민간 기업이 정부의 요구에 따라 데이터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글로벌 사용자들의 개인정보가 중국 정부의 감시 체계로 유입될 수 있다는 점은 미국 입장에서 심각한 안보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미 의회는 이미 딥시크가 차이나모바일의 서버를 이용해 미국 사용자 데이터를 중국으로 전송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으며, 이는 단순한 기업 윤리 문제를 넘어 '사이버 침투'의 일환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수출 통제의 회피와 동남아의 ‘데이터 우회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딥시크가 동남아 지역을 ‘수출 통제 회피지대’로 활용하려 했다는 정황이다. 싱가포르에서 GPU 대리 수입 관련 사기 혐의로 기소된 3건의 사건과, 말레이시아에서 엔비디아 칩이 탑재된 서버를 통한 AI 훈련 정황에 대한 조사가 이와 맞물려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글로벌 공급망 내 감시 사각지대를 활용하여, 첨단 기술을 은밀히 확보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엔비디아는 공식 입장에서 “딥시크와의 직접 거래는 없으며, H800과 같은 저사양 칩을 중국에서 합법적으로 공급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 'H100' 칩 수만 개를 보유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도 “신빙성이 낮다”는 견해를 밝혔다.

딥시크의 ‘H100’ 보유 의혹은 곧, 자사의 성과와 기술적 진보를 과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을 수 있다는 분석과 연결된다. 이는 곧, 딥시크의 기술력이 미국 수준에 근접했다는 중국 내 선전 효과와는 반대로, 실제 AI 산업에서의 독립성은 아직 미국 기술에 깊이 의존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딥시크-V3와 과장된 성능: AI 기술의 신화인가, 거품인가


딥시크는 지난해 12월 자사의 모델 '딥시크-V3'가 미국의 첨단 AI 모델과 동일한 성능을 갖추고도 훨씬 낮은 가격에 제공된다고 주장하면서 일약 주목을 받았다. 이는 중국의 AI 자립 선언과도 같은 상징적 발표로 해석되었지만, 실제로는 훈련 과정에서 막대한 자원과 데이터가 소모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지배적이다.

AI 성능은 단순히 모델 구조나 파라미터 수만으로 판단할 수 없으며, 훈련 데이터의 품질, 연산 자원의 규모, 운영 인프라가 총체적으로 작동해야 진정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점에서, 딥시크의 주장은 현실보다 이상이 앞선 '기술 선전'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딥시크가 대외적으로는 저렴한 비용과 효율성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미국 기술 인프라를 비공식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국제 사회의 신뢰를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의 대응: 제재는 아직, 하지만 긴장은 고조


현재 미국 정부는 딥시크를 무역 제재 대상(블랙리스트)에 포함시키지는 않은 상태다. 이는 아직까지는 명확한 법적 근거나 직접적 증거 확보가 충분치 않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는 “수출 통제 위반이나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된 기술 지원 정황이 확인될 경우, 제재는 피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딥시크 사건은 단순한 기업의 윤리 문제나 경제적 이해관계의 충돌이 아닌, 기술 패권과 국가 안보, 국제 질서의 재편까지 걸려 있는 복합적 사안이다. 미중 AI 패권 경쟁은 이제 단순한 모델 성능이나 칩 생산력의 경쟁을 넘어서, 국제 규범과 정보 투명성, 데이터 주권의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 사건은 단지 '하나의 AI 기업'에 대한 미국의 경고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는 곧 다가올 글로벌 AI 질서 재편의 전조이며, 국제 사회가 AI 기술에 대해 어떤 규범과 신뢰 체계를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숙제를 안긴다.


맺음말


딥시크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기업 간 경쟁을 넘어, 세계 질서 속 기술 주권과 안보의 경계를 다시 그리게 한다. AI는 이제 국경 없는 기술이지만, 그 사용의 목적과 윤리에 따라 누구에게는 무기가 되고, 누구에게는 기회가 된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이 사이에 선 다양한 국가들이 이 거대한 판 위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AI 질서가 결정될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AI 에이전트(협업의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