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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버린 AI를 넘어 글로벌로

"소버린 AI를 넘어 글로벌로: 대한민국 AI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전략과 과제"

글로벌연합대학교 버지니아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이현우 교수


1. 서론: 기술 주권에서 글로벌 경쟁력으로의 전환

2025년 7월, 대한민국 인공지능(AI) 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이 시작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내 주요 AI 기업들과 함께 소통에 나선 것은 단순한 간담회가 아닌, ‘AI 3대 강국 실현’이라는 국가적 비전을 향한 본격적인 전략 수립의 신호탄이다.

이번 간담회는 소위 ‘소버린 AI(주권형 인공지능)’를 넘어,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과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목소리가 중심을 이뤘다. LG AI연구원, 네이버클라우드, SK텔레콤, 업스테이지, 리벨리온 등 국내 유수의 AI 기업들이 참여한 이 자리에서는 AI 기술의 패러다임 전환, 정부 정책 방향, 민관 협력 모델 등이 심도 깊게 논의되었다.

그 결과, ‘국내용’ AI에서 머물지 않고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 기술력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2. 소버린 AI의 한계와 글로벌 AI 생태계의 과제

‘소버린 AI’란 국가가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통제 가능한 인공지능 모델을 의미한다. 이는 국가 안보, 언어 주권,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번 간담회에서는 “한국어에 특화된 AI도 중요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기술력이 더 시급하다”는 기업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업스테이지 김성훈 대표는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하나는 기술 쇄국 형태의 한국형 AI, 다른 하나는 글로벌 1위를 지향하는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이다. 그는 후자를 택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정부의 전략적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는 “AI는 이제 데이터나 연산능력 중심의 ‘규모의 경제’를 넘어서, 서비스와 활용 중심의 ‘가치 경제’로 전환되고 있다”며, 시장 타깃도 ‘국내 보호’가 아닌 ‘글로벌 시장 공략’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단순한 모델 성능 향상보다는, 그 기술을 세계 어디에서나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확장해야 함을 의미한다.


3. 공성(攻城)과 수성(守城): 이중 전략의 필요성

‘소버린 AI’라는 명칭을 반기면서도, 이를 지나치게 고립적 전략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등장했다. 래블업 신정규 대표는 ‘공성(공격적 해외 진출)’과 ‘수성(기존 기술 보호와 주권 수호)’이라는 이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즉, 한국어와 국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특화형 모델은 내부 주권을 지키는 수단이 되어야 하며, 동시에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대형 파운데이션 모델은 국가 경쟁력의 돌파구로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원적 전략’은 AI 생태계가 하나의 방향으로만 설계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4. 성공적 AI 도입의 조건: 인프라, AX, 그리고 중소기업

AI 경쟁력은 단지 모델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특히 애플리케이션 레이어, 즉 실제 산업에 적용되는 사용자 환경(AX: AI Transformation)이 핵심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포티투마루 김동환 대표는 중소·중견 기업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성공 사례의 확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현장에서 AI를 활용하려면 대규모의 연산 인프라, 클라우드 기반 환경, 직관적인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LG유플러스 이철훈 부사장은 수도권 지역 내 데이터센터 설치에 대한 규제 완화를 요청했고, 삼성SDS 이호준 부사장은 데이터 통합 활용을 위한 정부 주도의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모델-인프라-활용’의 삼각 구도 속에서, 정부는 어느 하나만 선택할 수 없으며 전방위적 지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5. 결론: 민관 협력, 그리고 AI 원팀 체제 구축의 시급성

AI 산업은 혼자 설 수 없는 영역이다. 반도체에서부터 알고리즘,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 앱까지 모든 요소가 서로 맞물려야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이에 기업들은 기업 간, 정부 간, 그리고 정부-기업 간의 ‘원팀’ 체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리벨리온 정윤석 CSO는 “추론 인프라는 단지 하드웨어가 아니라, 패키징-메모리-반도체 공정까지 연결된 후방 산업 전체를 이끄는 핵심”이라며, 인프라 중심의 투자 없이는 ‘AI 3대 강국’ 실현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과기부는 참여 기업들과 상시 소통 체계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단지 회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이어져야 하며, 각 기업들의 목소리가 실제 전략과 예산에 반영되는 구조로 진화해야 할 것이다.


맺으며: AI 주권의 실현, 그 너머를 향한 여정

오늘날 대한민국 AI 산업은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소버린 AI라는 기치 아래 기술 주권을 강화하려는 흐름은 필연적이지만, 세계 속에서 존재감을 가지기 위해서는 더 넓은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

단지 기술을 개발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까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AI 3대 강국’이라는 목표가 단지 슬로건이 아니라면, 이 목표를 위해 국가와 기업은 서로 손을 잡고 더 먼 곳을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그 여정은 지금, 소통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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