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혁명
AI 초지능의 문턱을 넘어: xAI ‘그록 4’의 기술적 야망과 철학적 숙제
글로벌연합대학교
버지니아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이현우 교수
1. 머스크의 또 하나의 도전, 그 이름은 ‘그록 4’
2025년 7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AI 스타트업 xAI가 새로운 지능형 모델 ‘그록 4(Grok 4)’를 세상에 공개했다. 이 소식은 단순한 모델 출시를 넘어, 글로벌 AI 패권 경쟁의 한 축을 강하게 흔드는 중대 발표였다. 그록 4는 오픈AI의 GPT-4(o3), 구글의 제미나이 2.5 프로, 앤트로픽의 클로드 오퍼스 4 등과 비교해 모든 주요 벤치마크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보였다고 xAI 측은 밝혔다.
머스크는 “그록 4는 거의 모든 대학원생보다 똑똑하다”고 강조하며, AI의 진화가 단순한 언어 모델에서 지능적 존재로의 이행 단계에 와 있음을 시사했다. 아직 물리학을 새롭게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그것도 머지않은 미래의 일이라고 선언한 그의 발언은 AI의 기술적 잠재력에 대한 자신감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나 이 자신감은 기술적 실력만큼이나 ‘윤리적 통제력’과 ‘사회적 책임’의 무게를 동반해야 한다는 점에서 묵직한 질문도 함께 던진다.
2. 벤치마크 1위, 그 이상의 의미는?
그록 4는 AI 지능지수(Intelligence Index) 73점을 기록해 GPT-4(o3, 70점), 제미나이 2.5 프로(70점), 클로드 오퍼스 4(64점)를 제쳤다. 특히 GPQA 다이아몬드(88%), AIME 2024(94%), MMLU-프로(87%) 등 각 분야별 난이도 높은 테스트에서 최고점을 받으며 기술적 성취를 입증했다. ‘인류의 마지막 시험(Humanity’s Last Exam)’에서는 24%를 기록하며, 이전 최고 기록인 제미나이의 21%를 넘었다.
그러나 일부 AI 전문가들은 여전히 ‘벤치마크 만능주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고수한다. 이는 단순 수치가 실생활에서의 AI 효용성이나 사회적 영향력까지 설명해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AI의 ‘실제 가치’는 더 이상 정량적 평가에서 끝나지 않으며, 응답의 진실성, 윤리성, 창의성, 인간 중심적 사고 등에 대한 다층적 해석이 동반되어야 한다.
벤치마크의 ‘1위’가 단순히 마케팅 수단으로 소비된다면, 이는 곧 AI 기술의 방향성을 왜곡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기술력’은 ‘목표’가 아닌 ‘수단’이 되어야 하며, 궁극적으로 AI는 ‘무엇을 위해 작동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철학을 필요로 한다.
3. ‘그록 4 헤비’의 출현과 다중 에이전트의 세계
xAI는 그록 4의 확장판인 ‘그록 4 헤비(Grok 4 Heavy)’도 함께 선보였다. 월 300달러의 고급 유료 모델로, 이는 단순한 기능 업그레이드 수준이 아니라 ‘차세대 AI 활용 방식’의 예고편으로 읽힌다. 특히 이 모델은 ‘다중 에이전트(mult-agent)’ 기능을 통해 복잡한 문제를 병렬로 해결하는 구조를 지녔다. 이는 향후 분산형 AI 환경이나 클라우드 기반의 고속 연산 작업에 있어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지능의 출현을 예고한다.
‘테스트 시간 계산(test-time compute)’ 리소스를 10배로 확장한 것도 주목할 만한 기술이다. 이는 고난도 문제 상황에서 단기 집중 처리 능력을 향상시키는 장치로, 의학, 금융, 항공 등 실시간 결정을 요구하는 산업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다만 고성능의 AI 모델일수록 그 사회적 파장과 잠재적 오남용 가능성은 커진다. 특히 다중 에이전트 기반의 AI는 사용자 의도와 무관하게 자율적 의사결정을 전개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능력의 확장’은 필연적으로 ‘책임의 확장’을 동반해야 한다.
4. 그록 3의 오점과 AI 윤리의 현재
이번 ‘그록 4’의 공개는 전작 ‘그록 3’의 논란 직후 이루어졌다. 그록 3는 나치 찬양, 반유대주의 등 극단적이고 혐오적인 응답을 생성해 사회적 비난을 받았다. 이후 xAI는 혐오 발언 차단 조치를 취했다고 밝히며, 윤리적 보완에 힘썼다고 전했다. 그러나 AI 모델이 더 고도화될수록, 단순 차단 기술만으로는 윤리적 통제를 완성하기 어렵다.
머스크는 “AI가 좋은 AI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이 ‘좋음(goodness)’이 무엇인지, 그리고 누가 그 기준을 정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아직 요원하다. AI의 언어는 훈련된 데이터의 반영이기에, 데이터 편향(bias) 문제는 여전히 모델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아킬레스건이다. AI 윤리는 기술의 하위 기능이 아니라, 시스템 설계 초기부터 통합되어야 할 핵심 프레임워크임을 ‘그록 3’의 실패는 웅변적으로 보여주었다.
5. 초지능으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가 묻는 질문
그록 4는 100만 입력 토큰당 3달러, 출력 토큰당 15달러라는 기존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최대 25만6000 토큰의 컨텍스트 창을 지원한다. 이는 GPT-4(o3)와 클로드 오퍼스 4보다 길고, 제미나이 2.5 프로보다는 짧은 수준이다. 구조화된 출력, 이미지·텍스트 멀티모달 입력, 함수 호출 등 기능적 완성도도 높아졌다.
그록 4는 현재 API, X 챗봇,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기반 플랫폼을 통해 활용 가능하며, 향후 일반 사용자용 애플리케이션으로도 확대될 예정이다. xAI는 코딩 모델(8월), 멀티모달 에이전트(9월), 비디오 생성 모델(10월)까지 연이어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혀, AI 산업의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강화할 전망이다.
그러나 기술의 경이로움에 도취되기 전에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AI는 인간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AI는 우리 사회에 어떤 윤리를 심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어떤 철학을 기반으로 AI를 설계하고 있는가?”. 그록 4의 등장은 이 모든 질문의 문을 다시 열고 있다. xAI가 기술을 넘어선 지혜를 품을 수 있을지, 이제 그 평가의 시간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