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文魚)
이현우
문어가 문어인것은 먹물을 머금고
글월 문(文)자에 물고기 어(魚)자를 쓰는
똑똑하고 고독한 은둔자
여덟 개의 다리 흔들거리며 화려해 보이지만
갈색빛과 적홍색빛 갑옷에 부끄러운 진실
때때로 세상풍파에 시달리고 넘어져도
원망없이 자신 모습을 바꾸어
조용히 사라지는 바닷속 신비한 마술사
지난 날 슬픈 옛이야기 몰래 감추며
검은 눈물흘리며 유유히 사라진다
통통거리는 외로운 고깃배타고
너를 만나기 위해 험난한 바닷길
철썩거리는 파도 힘겨운 한 판 승부
구멍난 통발같은 험난한 인생
힘들었던 하루을 손질한다
푸른바다의 향기 코끝을 찌르고
개선장군처럼 승전가울리며
돌아간 부두에서는 손흔들며
기다리며 맞이하는 귀한 생명들
쫄깃 쫄깃한 맛깔나는 행복한 세상
밤세운 어부의 애틋하고 따뜻한 정성
꼬들 꼬들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