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차장에서
이현우
천둥 치며 온 세상 떠돌다 길모퉁이 피곤한 듯
졸고 있는 초라한 연식이 오래된 중고자동차
섬섬한 세월 겪었던 문신 같은 주름살
고스란히 새겨놓은 말 못 할 다이어리,
얼마나 참고 참아야만 했을까
가득가득 짊어지고 넘나들었던 험한 오르막길
숨막히게 달리던 골목길을 달려왔던가
한 순간도 쉴 수 없었던 살림살이
감당할 수 없이 짊어진 삶의 보따리
꾹꾹 인정사정없이 쓸어 담은 산더미 영화
길의 "잔파노""제소 비아" 달달한 노래처럼
갈 수 없는 아쉬움을 삼킨다
이제, 얼마나 더 달릴 수 있을까
삐그덕 삐그덕 힘없는 다리
찢기고 터진 가난한 몸뚱이
덜덜거리는 고독한 심장
옛날보다 못하다고 투덜대는
슬픈 잔소리뿐이지만 돌아서서
후회하며 울지는 않으리라
버리고 싶지만 버릴 수 없는
지독하게도 지울 수 없도록
내속의 내가 되어버린,
다시 돌아올 수도 찾을 수도 없는
너무 소중해서 헤어질 수도 없는
눈이 부시도록 화려한 그 어느 날에
포기할 수 없는 청춘의 축배를 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