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졸업생,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다
학교 포털 사이트에서 남은 학점을 조회한 뒤의 내 심정이었다.
졸업까지 겨우 한 학기밖에 안 남았는데, 졸업까지 남은 학점이 20점이 넘었다. 참고로 보통 한 학기에 18학점 정도 들으면 많이 들은 축에 속한다.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어 한참 동안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통대 입학 요건 중에 ‘대학교 졸업 혹은 졸업 예정인 자’가 있어 시험 삼아 남은 학점을 조회했다가 이런 사태를 맞이하고야 만 것이다.
그 동안 성실하게 학교 다니고 과제 내고 했던 내게 ‘칼졸업’ 불가라는 소식은 그야말로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학사 일정에 조금 무심하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학점 관리도 잘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것도 아니고 남은 학점 때문에 발목이 잡히다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이 사실을 깨달은 나에 대한 자책과 일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언질 한 번 주지 않은 학교에 대한 분노가 뒤섞여 마음 속에서 소용돌이쳤다.
눈 앞의 현실을 믿을 수가 없어 문과대 사무실에 찾아갔다. 삶에 찌든 얼굴의 아저씨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뭐 하고 있었냐’며 내게 핀잔을 줬다. 가뜩이나 속상해 죽겠는데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에게 질책을 듣자 나도 모르게 욱해서 제대로 인사도 안한 채 사무실을 뛰쳐나왔다.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어 과 사무실을 찾았다. 직원에게 자료를 보여주며 남은 학점이 27학점이 맞냐고 묻자 너무나 야속하게도 ‘맞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잘못 본 거라고, 졸업할 수 있다고 말해주길 바랐건만. 학사에 무심했던 자에게 돌아온 형벌은 너무나 가혹했다.
할 수 없이 학원 선생님께 사실대로 고했다.
“선생님, 저 올해 시험 못 볼 것 같아요.”
왜냐고 묻는 선생님께 자초지종을 설명드리고 나니 아쉽지만 할 수 없지, 하는 반응을 보이셨다. 그나마 담담한 반응을 보여주셔서 다행이었다. 선생님마저 핀잔을 주셨으면 견디기 더 힘들었을 거다. 선생님과 상담한 뒤 올해 말까지는 학원을 잠시 쉬며 학교 공부에 전념하고 내년부터 다시 학원에 나오기로 했다.
“이리 될 때까지 학교는 안 알려주고 뭐 했노? 문디들 아이가?!”
같이 공부하던 언니에게 비보를 전하자 화끈한 성격의 언니는 나 대신 분개하며 같이 학교 욕을 해 주었다. 자책으로 얼룩져 있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개운해지는 것 같았다. 학원에서 알고 지내던 모두에게 올해 입시 포기 소식을 전한 뒤 위로와 격려를 받으며 학원을 나섰다. 다들 자기 일처럼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지며 내년에 다시 한 번 도전할 용기가 생겼다. 2015년 7월의 어느날, 그렇게 나는 잠시 학원과 이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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