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도 계속된다
귀까지 푹 잠기도록 얼굴을 바다 안으로 밀어 넣으면 세상이 적막으로 가득 찬다. 고요하다. 세상에 바다와 나만 있는 것 같다. 스노클 막대를 통해 들어가고 뱉는 내 숨소리만 유일한 소음이다. 모든 게 적막해 모든 게 사라진 것 같은데 마치 나만 살아있는 기분이다.
이번엔 뒤로 누워 본다. 역시 귀까지 바닷속에 가득 담근다. 바닷속 물고기 떼와 산호초도 보이지 않고 하늘만 가득 보이니 더더욱 나만 이 세상에 남은 것 같다. 번잡스러운 모든 것이 사라지고 그야말로 진정한 멍 때리기가 가능하다. 그 어느 때보다 자연 속에 들어온 것 같다. 그 모든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바다를 쳐다보고 있으면 가끔은 바다와 하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 감독처럼 나도 물속이 내 집인 양 자유롭게 오가고 싶다. 수영장에서 가끔 하듯 숨을 크게 들이쉬고 몸을 바다 바닥으로 붙이려 머리와 어깨에 힘을 준다. 그럼 몸이 따라 내려 가.. 려다 두 팔에 낀 암튜브 때문에 다시 두둥실 떠오른다.
내 인생 최초의 기억은 목욕탕 물에 빠진 기억이다. 물에 빠져 버둥거리며 본 탕 수면이 아직도 선명하다. 흐릿하고 뭉개져 보이던 머리 위. 그 이후도 몇 번이나 물에 빠졌다. 아홉 살 때 호텔 수영장에서 발이 닿지 않는 급격히 깊어진 곳으로 미끄러졌다가 한참만에 간신히 벽을 붙잡아 나온 것. 조금 더 크고서도 바다에서 놀다 튜브 아래로 빠져 또 물을 한참 먹고 튜브에 다시 매달린 것.
여기서 놀라운 건 두 가지다. 그런데도 물을 아직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그런데도 아직까지 수영을 안 배우고 있다는 것. 예전에는 여러 죽음 중 익사가 가장 두려웠다. 바다도 무서웠다. 그만큼 물을 무서워하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애증으로 바뀌었나. 사랑이 커졌나. 죽음 뒤 이토록 눈부시게 아름답고 찬란한 바다에 뿌려져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바다를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던 모아나가 그럴 것처럼. 내가 사랑하는 바다 안에서 더 자유로울 수 있게 올해는 꼭 수영을 배워야지… 꼭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