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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ㅎㅈ Jun 16. 2024

이탈리아 비데의 모든 것..

작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숙소 화장실에서 가끔 조그마한 변기처럼 생긴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을 난생처음 마주했을 때가 정확히 언제인진 기억에 있지 않은데, 세면대라기엔 너무 낮고 그렇다고 변기라기엔 변기가 옆에 있는 데다 물을 내리는 게 없어 발을 씻는 덴가 골똘히 고민했던 기억만 있다. 찾아보니 그건 바로 비데였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에선 그렇게 흔히 볼 수 있었던 건 아니라 금방 잊어버렸는데, 이번 이탈리아 여행에선 거의 모든 숙소 화장실에서 비데를 볼 수 있었고 비데 옆에 조그마한 수건걸이도 늘 함께 있었다. 이것은 본격적으로 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렇게 많이 있다는 것은 대부분 이걸 쓴다는 뜻이겠고 그렇다면 이것은 대체 어떻게 쓰는 것인가.


검색창에 손가락 몇 번 움직이면 뚝딱일 정보겠지만, 그전에 우선 상상력을 발휘해 보도록 한다. 상상하면 상상할수록 구체적인 것들이 궁금해졌다. 볼일을 보고 휴지로 닦고 난 뒤에 옆으로 이동하는 것인가? 안 움직이고 손으로 물을 가져오나? (그럼 물이 바닥에 떨어져 안되겠다) 이동한다면 어떻게 이동하는가? 엉거주춤? 비데에 마치 변기처럼 앉는 것인가? 아니면 스쾃 하듯 엉덩이를 대지 않고 버티는 것인가? 아니면 발판 삼아 쪼그려 앉아 (마치 한국 푸세식처럼) 처리를 하는 것인가? 주로 오른손을 쓰는가, 왼손을 쓰는가. 닦고 난 뒤 손은 다시 세면대에서 닦는가. 궁금해진 나머지 함께 여행하고 있던 동거인에게 물어봤다. "이 사람들 대체 이거 어떻게 쓰는 걸까?"


동거인이 대답했다.


"나.. 써 봤는데(데헷)"


네? 대체 언제 어떻게 썼냐고 물어보니 볼일을 보고 휴지로 처리까지 한 다음, 자리를 옮겨 마치 샤워하듯 씻었단다. 이 녀석, 생각보다 현지 적응에 뛰어난데?


하지만 왕초보의 사용기로는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는다. 결국 검색창에 써 본다. 역시.. 이 세계에 나 말고도 이것들을 궁금해하는 사람은 넘쳐 났다. 자. 정리해 보자면 이렇다. 주로 사람들은 볼일을 본 후 비데에 옮겨 간 후, 엉덩이를 대고 앉는다. 그런 다음 물을 틀고 닦는다. 꼭 응가가 아니어도 여성의 경우 생리 등으로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뭐든간에 씻어낸 후 휴지나 비데용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 낸다. 닦은 휴지를 다시 변기 안에 넣은 다음 물을 내린다. 끝.


how to use bidet을 찾다 재미난 사실들을 더 발견했다. 레딧에서 어떤 사람이 이른바 '비데 에티켓'에 대해 질문한 것이다. 정확히는 스페인 사람들에게 물어본 것인데 이의 질문은 참으로 디테일하며 그래서 이롭다. 읽다가 폭소했는데 왜냐하면 내가 궁금한 바로 그것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비데로 엉덩이를 어떻게 씻는지 구체적으로 물어봤는데 이를 테면 이런 것이었다. "비데를 사용하는 동안 손은 정확히 무엇을 하고 있나요? 비데와 함께 비누를 쓰나요? 비데 사용 후 수건으로 닦을 때 항문에 실제로 닿나요? 비데 수건은 1인용인가요, 아니면 싱크대 옆 손수건처럼 모두가 공유하나요? 다른 사람 집에서도 비데와 비데 수건을 사용하나요?".


스페인 사람들의 답변이 그야말로 우문현답이었다.

"당신은 샤워할 때 엉덩이를 어떻게 씻나요? 손으로 만져 씻지 않나요? 누구도 젖은 항문을 원하지 않습니다. 수건을 항문 안에 넣어 직접 닦나요? (맙소사 아니죠) 수건을 다른 사람과 함께 쓰나요? 당연히 위생상 1인이 사용하죠."


이것을 읽으며 알게 된 사실은, 비데는 변기보다 조금 더 private한 느낌이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오물을 닦는 용인데 수건으로 물기를 닦는 문제도 있고 변기처럼 물을 시원하게 내릴 수 있는 구조도 아니라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친구나 친척의 집에 방문해도 비데를 웬만하면 쓰지 않는다고.


스페인의 경우엔 내가 짐작했던 것처럼 지금에 와서는 잘 쓰지 않는 것 같다. 레딧 답변에서 20대는 거의 쓸 줄 모른다고 누군가는 답했고, 한 30대도 어렸을 때나 썼지 최근엔 거의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대신 발을 자주 씻는 듯했다. 재밌는 스페인의 문화-역사적 사실도 읽을 수 있었는데* 무더운 스페인 기후에도 예전엔 쉽게 샤워를 할 수 있는 설비가 잘 갖춰 있지 않아 볼일을 본 후 그때그때마다 씻을 수 없어 이런 비데가 생겨 났다는 답변도 있었다.

(*레딧 사용자의 주관적 답변으로, 팩트체크를 해본 것은 아니고 하기 귀찮다는 것을 참고 부탁)


이탈리아는 스페인보다는 지금도 꽤 쓰는 느낌이었는데, 그도 그럴 게 구글에 검색을 하면 정리해놓은 글은 물론이고 틱톡과 유튜브의 여러 콘텐츠에서 비데를 어떻게 쓰는지 로컬들이 친절하게 영상을 찍어 올려놓았다. 이 글을 쓰기로 하고 이 비데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게 됐다. 거기엔 몰랐어도 좋았을 정보도 있었는데...


이탈리아의 여러 호텔에선 타월을 다른 나라 호텔과 달리 일반 세면 수건과 배스 타월(목욕 수건) 외에 작은 수건도 꼭 마련해주곤 했다. 나는 이걸 페이스 타월이나 손수건 정도로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온갖 글과 영상을 본 후로 확신이 든다... 이것은 비데 타월인 것 같다………. 이만 글을 줄이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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