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by 홍이삭

음악에 미친 아줌마의 분석 시리즈

by hejira

홍이삭의 <길을 걷다> - 2015 년 EP <시간이 지나도> 수록곡

https://youtu.be/0JaMfXni3Xs?si=RoVrN2C-Hk0ZE6EE

https://youtu.be/EIZQ2vJnKtU?si=yNcMttIpH_LCuK1M

홍이삭 님이 대부분의 창작을 하셨을 거라 생각하지만 작곡 작사 편곡 누가 하셨는지 정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당 아시는 분 있으심 알려주세요



홍이삭 팬의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이 감상문의 테마: 이 곡은 왜 띵곡인가?



0:00

너무 아름다워 음표를 오선지에 하나 하나 다 받아적고 싶게 만드는 기타 솔로 인트로. 네 개의 코드로 이뤄졌네요. 각 코드가 다른 이유로 아름다워요. 예를 들어 두 번째 코드(0:05)에 대해서만 잠깐 언급해볼게요. 피아노는 “시”(D장조에서 C#)를, 기타는 아르페지오 리프로 “미솔도” 화음(D/F#)을 연주하는데요. 먼저 피아노의 “시”와 기타의 베이스 “미”가 합쳐져 약간 구슬픈 “미솔시” 코드로 들리는 찰나 기타가 “도”를 연주하면서 조금 더 안정적/희망적이면서 동시에 멜랑콜리한 “미솔시도”(Dmaj7/F#?) 혹은 “미솔도” 코드로 솩 변신, 포근하게 감싸줘요. 인트로의 많은 부분 건반의 투명한 소리로 연주되는 높은 “시”가 염원, 희망, 그리움 등의 색채를 만들어내요. 배경에 나오는 악기도 무슨 악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시”를 연주하네요.



도레미파솔라“시”도 에서 “시”는 “도”와 반음 차이인데 (온음이 아닌), 화성학적 특성상 “도”로 마구 올라가고 싶어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상을 해보세요. 도레미파솔라시~ 도레미파솔라시~ 누가 피아노에서 계속 이렇게 치면 달려가서 “도” 치고 싶잖아요. 그래서 한 장조 멜로디에 “시”가 나오면 리스너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도”가 나오기를 기대하게 돼요. 따라서 “시” 즉 장조에서의 7음은 위에서 말한 염원, 그리움, 종결되지 않음, 멜랑콜리, 이런 분위기를 낼 수가 있죠.



따뜻한 통기타의 아르페지오와 건반의 미니멀한 멜로디가 주거니 받거니 하며 텐션과 하모니를 뜨개질??하는 (단어가 생각이 안 나요) 이 이십여 초 간의 인트로는 이 곡이 띵곡인 주요한 이유입니다



0:23

길을 걷다

생각나

생각나

생각하다

너를 봐

너를 봐


찢었다!!!ㅠㅠㅠㅠㅠ 는 이럴 때 하는 말이에요. 물론 노래도 잘하지만.. 이것은 정말 미친 송라이팅이라 생각해요. 진정한 미니멀리즘은 이런 게 아닌가? 혹은 여백의 미? 일단 인트로가 끝나고 벌스의 첫 마디가 시작한지 오 초 여!! 지나서야 나오는 보컬. 당연히 처음 언저리부터 나와야 될 것 같았는데. 할 말이 많은데 머뭇머뭇 하다가 겨우 입을 떼었어요. 생각나. 생각나. 생각하다. 너를 봐. 너를 봐. 최소한의 단어들, 최소한의 음표들. 동시에 반주는 아무 단어도 없이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길을 걷“다”에서 “다”는 계이름으로 “레”인데 이때 기타는 베이스인 “미”를 연주하고, 베이스의 미와 보컬의 레는 단7도 음정을 만들어내면서 한없이 멜랑콜리한 화음을 만들어요. 동시에 기타는 따뜻한 I6화음을 연주하며 감싸줘요. 인트로의 경우와 비슷. 위에 파란색 칠한 글자들은 위에서 언급한 “시”들이에요. 종결되지 않음. 그러다가 “시-라”로 떨어지면서 (보라색 글자들) IV 화음으로 마무리지었어요.



서정적 아름다움.



1:07

아직 손에 닿진 않지만

아직 내 맘과 멀다 해도


이 구간에서 약간의 드라마가 나와요. “라도미”(Bm) 화음이 “아직”에서 나왔어요. 이 전의 구간에서는 슬픈듯 아닌듯 한 음들이 언뜻언뜻 스치듯 들렸다면 이 화음으로 화자의 목소리가 조금 더 표현됐어요. 그리고 “멀다 해도”에서 갑자기 코 앞까지 온 듯한 슬픈 부속화음과 단조 코드 그리고 멜랑콜리한 (다른 단어 없나) bVII 화음으로 마무리. 뭔가 I가 E된 듯한 코드와 함께 화자가 뭔가 조금 더 말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가..



1:37

저음의 기타 솔로로 다시 외로운 간주. (다시 I 된 듯한..)



2:00

너를 보다

나를 봐

나를 봐


너를 보다 나를 봐 나를 봐.. 내 안으로 침잠하네요. 가사가 점점 더 미니멀해지다가 2:22부터 슬픈 코드 진행과 함께 말없이 쓸쓸한 애드립으로 독백.



2:40

함께 걷던 시간들은

그때의 우릴 추억케 하고

잊혀져 간 이 흔적들을

다시 한번 찾아본다

함께 걷던 시간들은

그때의 우릴 추억케 하고

잊혀져 간 이 흔적들을

다시 한번 찾아본다


이 부분의 특이한 점은 같은 가사와 멜로디가 (약간의 빌드업과 함께)그대로 반복된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마치 같은 기억을 자꾸 되뇌이는 것 같아요. 뭔가 집착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 후렴구인듯 아닌듯 한 후렴구는 이 곡의 후반부에 또 등장하죠. 미니멀한 벌스의 가사는 마디 중간 중간 띄엄띄엄 음들이 나왔는데 이 구간에서는 하고 싶은 얘기가 터지듯이 나왔어요.



3:24

너를 봐

나를 봐

너를 봐

나를 봐


마이크에서 멀리 떨어져서 (꼭 산 꼭대기에서) 외치는 것 같은 소리. 분명 앞에 나왔던 것처럼 미니멀한 가사이지만 포효하는 듯이 터뜨렸어요.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참고 참고 참았던 감정을 여기서 쏟아내는 것 같아요. 여기서 시작되는, 멈추지 않는 일렉기타의 카운터 멜로디.



3:48

함께 걷던 시간들은

그때의 우릴 추억케 하고

잊혀져 간 이 흔적들을

다시 한번 찾아본다


뒷배경에 들리는 일렉기타의 카운터 멜로디가 중간의 좁은 음역에서 맴돌며 질기게 쭉- 연결돼요. 놓지 못하고 있는 기억에 대한 집착?



4:12

시작과는 사뭇 다른. 통기타도 아르페지오 리프도 없는 엔딩, 모두 떠나고 난 공허한 공간이 그려져요.




더 할 말은 많지만 현생으로 돌아갈 시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