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미친 아줌마의 분석 시리즈
벌써 이 년이 지났다.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 3> 참가자였던 싱어송라이터 홍이삭의 무대들을 보고, 마구 뛰는 심장을 주체할 수 없었다. 유튜브 댓글 몇 줄로는 내 느낌을 다 표현할 수 없었기에 그 무대들에 대한 포스트를 몇 개 만들었다. 2024년 1월 22일, 내 블로그에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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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촉박함(=현생)으로 인해 아티스트에 대한 충분한 리서치(=덕질)를 하지 못하고 쓰는 글이다. 싱어송라이터 홍이삭! 어떤 길을 걸어왔고 무슨 음악을 하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싱어게인3 파이널전이 엊그제 끝난 이 시점, 경연에서의 감동이 가시기 전 막간을 이용해 감상을 부분적으로나마 기록해두고 싶었음. 앞으로도 현생이 덕질을 허용할지 모르겠으나. 일단 4라운드의 <지태네>로 시작. 궁예질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홍이삭 블로그에 올라온 4라운드 후기를 참조하였다.
홍이삭 커버 영상 (이 글의 레퍼런스)
https://youtu.be/0onw5n9jVeY?si=tAFXJ_4ulTSJAmN0
원곡 (띵곡임)
https://youtu.be/g5cVE-i5wHI?si=1Qc1_6BuiC6Q4wtA
들어가기 앞서 간략하게.. 이 곡은 헤어진 사람을 지독하게 그리워한 사 년이란 시간을 “지구가 태양을 네 번 감싸 안는 동안”에 빗대어 노래하는데 원곡과 커버 둘 다 우주의 느낌을 음악적인 요소로 표현하였다. 그런데 이건 진짜 진짜 다른 두 개의 우주이다. 원곡에서는 점팔분음표로 진행되는 중독성 강한 리프를 중심으로 그야말로 끝없이 공전하는 영속적인 우주가 그려진다. 반면 홍이삭의 커버는 마치… 고요한 우주 속 그 어딘가에서 출발하여 저 끝이 보이지 않고 너비를 가늠할 수 없는, 음, 광활이란 단어로도 표현이 안되는 아득한 우주로 끝도없이 몸을 던지는 듯한. 뚜렷한 방향성이 있는 버전이다.
0:00
전주. 원곡의 네 마디 전주에서 두 마디로 줄었다. 원곡의 리드믹한 시그너쳐 리프를 그대로 가져와 움직임의 느낌을 주지만 동시에 고요하며 원곡에 비해 한결 톤다운된 템포로 시작. 신비롭다.
0:06
천천히 솔직히 아주
금방까진 아니더라도
언젠간 잊혀질 거라고
믿었지 그렇게 믿고
지금까지 견뎌왔었는데
그런 날 비웃듯
고요함. 짧은 전주 후 단도직입적으로 들어오는 듯한 느낌. 음표를 짧게 짧게 부른 원곡에서의 느낌이 수직적이었다면 이 커버에서는 서정적인 멜로디 라인과 긴 프레이징이 돋보인다. 아.. 가창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들어도 노래를 잘 하는 건 알겠다. 화음은 원곡이랑 대충 비슷한 것 같은데. 약간은 몽환적으로 감싸며 리프의 “레-도-레-도-레-도”와 “도-시-도-시-도-시”가 반복되는 와중에 화음 진행이 모호하게 잘 안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여전히 신비롭다. 부드럽게 살짝 살짝 들리는 건 건반인가?
0:48
그 기억들이 마치 중력처럼
내 모든 마음을 너에게로
끌어당기고 있어
벗어날 수가 없어
원곡에서는 여기가 꽤 뚜렷하게 후렴구 구간의 시작인 거 같은데.. 홍아티스트는 이 부분이 마치 벌스의 연장 또는 후렴까지의 다리 구간인 것처럼 편곡함. 그리고 끝에 살짝 템포가 느려지며 이 구간이 마무리된다. 기승전결을 위한 구조적 전략이었을까?
1:10
지구가 태양을 네 번 감싸 안는
동안 나는 수백 번도 넘게
너를 그리워했고
또 지워가야 했어
왜 그래야만
의도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악기에 묻혀서 안 들리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지구가 태양을 네 번” 라인을 부를 때 끊임없이 움직이던 레도레도레도 리프가 잠깐 들리지 않으며 가사에 집중이 되는 효과. 그러다 다시 들렸다가..
1:34
했어
왜 그래야만 했어
음.. 그렇다. 동거인에게 이 노래를 다시 들려줬는데 처음에는 무슨 노래인지 기억을 못하다가 1:34에 나오는 이 기타 소리를 듣고 “아! 이 노래”하고 기억을 했다. 마치 이 커버의 시그너쳐 같은.. 난 이 부분에 대해 정말 할 말이 많은데 뭐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일단 이 빌드업이 기발함을 넘어서 천재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보컬에 있어서 “왜 그래야만”과 “했어”가 정말 완벽하게 한 프레이즈로 연결이 되며 (심지어는 표정도 하나도 안 바뀜) 기타가 나온 뒤 반복되는 “왜 그래야만 했어”에서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차분하게 부르는데..!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노력 중) 문장 중간에 나온 이 기타는 사실 정말 뜬금없는 것인 것이다. 한 노래에서 갑자기 다수의 장르가 들리게 하는 효과, 현장에서의 음향이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예고 없이 확 올라간 듯한 볼륨, 그리고, 그런데, 갑자기 튀어나온 이 마이너 코드 (Fm인가?). 쉽게 말해 도미솔 또는 파라도 코드가 예상되는 곳에서 라도미 코드가 나온 것인데. 아이러니컬하게도 보컬은 언성 하나 안 높이고 목소리 톤, 표정 하나 안 바뀌기에 그런데 그 안에 숨은 엄청난 감정과 긴장감이 이 다소 공격적인 일렉기타의 사운드와 지독하게 슬픈 vi코드로 채색되기에 보고 듣는 사람은 (적어도 나는) 심장이 에이는 것이다. 왜 그래야만 했어. 왜 그래야만 했어. 그러면서 다음 구간을 위한 빌드업. 기타 그리고 드럼의 두두두두..
1:57
지구가 태양을 네 번
감싸 안는 동안 한 번
생각해 본 적 있는지
이 구간에 대해서도 할 말이 정말 많다. 이 부분은 홍아티스트가 완전 재창조해낸 멜로디이다. 원곡이 공전의 영속성의 느낌을 주게 하는 음악적 요소 중 하나는 정해진 레인지 (한 옥타브?) 안에서 맴도는 멜로디이다. 쉽게 말해 솔에서 솔까지. 그런데 홍아티스트는 원곡의 화음 진행의 얼개는 유지하되 기승전결의 뚜렷한 전개를 위해 터지는 이 구간에서 그 레인지를 뚫고 저 위까지 올라간다. 그리고 반복되는 고음의 시, 시, 시.. “태양을”에서, “는 동안”에서, 그리고 “번”에서.. 도(Ab)로 애타가 가기를 원하는 시(G), 즉 7음. 역시, 의도된 것인지 모르겠다. 과한 궁예질은 좋지 않다. 의도된 것이든 아니든, 나에게는 이 처절한 멜로디가 가고 싶은 곳에 죽어도 도달하지 못하는 깊은 절망감의 표현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생각해 본 적 있는지”에서 숨 고르면서 하는 얘기.
그리고 사운드. 일단 이전 구간에서 반복되는 팔분음표로 빌드업을 하고 이 구간에서는 pulse가 거의 이분음표 단위로 확장.. 동시에 몇 겹인지 모를 일렉 사운드가 우주처럼 펼쳐짐. 홍아티스트가 말한 슈게이징인지. 현장에서 들으면 어떤 느낌일까? 나의 싸구려 스마트폰으로만 들어도 아득한 저 멀리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엄청난 볼륨의 메아리들을 합해놓은 것 같은데..
2:16
꽤 오랜 시간 지나
하.. 이 아티스트는 도대체 누구인가? 이 화음과 이 멜로디와 이 사운드가 다 홍아티스트의 머리에서 나온 거라면 이 사람은 미쳤다. “꽤 오랜 시간 지나” 에서 “나”. 이 음절이 홍아티스트가 말한 “6단 변속기”일 뻔했던 음절이었던 것 같은데. 일단 가사는 “꽤 오랜 시간 지나”이지만 이 가사가 이 화음, 멜로디, 사운드와 합쳐졌을 때는 이 시간이 마치 억겁이라도 된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다.. 겁나 오랜 시간.. 그리고 “나”의 멜로디는 “솔—라—시—, 도—시시—시—라—” 뭐 이런 멜로디인데,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장조 스케일에서 “시”는 “도”로 가려는 강한 성질이 있고 (의도했든 아니든) 이 멜로디의 긴 “시”가 그래서 폐활량 쩌는 것 같은 이 목소리와 함께 거의 절망적으로 들리는 효과를 내는 것이다. 그리고 화음. “시”에서 잠깐 숨 고르고 “도”로 가기는 갔다. 그런데 이게 도미솔(장조)로 해결된 도가 아니라 정말 처절한 라도미(단조) 코드이다. 이 비극적인 코드로 인해 난 이 부분이 거의 보컬이 울부짖는 것으로 들린다. 그리고..
2:42
진심 짚고 넘어가야 할 짧은 순간이다. 다시 말하지만 난 가창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하지만 홍아티스트가 이 음표의 말미에 목소리가 살짝 갈라지면서 발성을 가지고 뭔가를 하는데. 의도된 것일 수도 흥분하면서 컨트롤을 살짝 잃은 것일 수도. 이 곡 내내, 심지어 기타가 나온 후에도 잘 다듬어지고 컨트롤된 목소리를 내던 가수의 날감정이 처음으로 코앞까지 다가온 느낌. 이래도 입덕 안 할래 느낌.
2:44
지구가 태양을 열 번
감싸 안은 후에도 널
다시 “도”로 닿고 싶은 “시”(번). 그리고 “널”에서 드디어 “도” 도달. 그렇다. 닿고 싶은 그곳은 너였다. 개인적인 해석임.
3:03
왜 날 떠나야만 했어
말해 무엇하리.
어덕행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