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이야기: 불안과 불확실성 속에서
나는 누구일까?
아니,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을까?
나는 늘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어릴 때는 엄마에게, 학교에서는 친구들에게, 사회에서는 직장 상사와 동료들에게.
나는 끊임없이 나를 증명해야 했다.
나의 존재는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으로만 정의될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나는 계속해서 어딘가로 달려가고 있었지만, 목적지가 어디인지 모른 채였다.
나는 무너졌다.
사랑에서도, 직장에서도, 사업에서도.
그리고 그 실패 속에서 길을 잃었다.
하지만 인생은 그런 것이 아닐까?
넘어지고 깨지고, 다시 일어나고.
나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삶의 목표는 ‘어딘가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살아내는 것’이라는 것을.
이 글은 나의 기록이다.
돈, 명예, 인정에 대한 집착.
그것들이 나를 어떻게 지배했고, 나는 어떻게 그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발견한 삶의 진실들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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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어날 때부터 불안과 함께했다.
엄마는 엄마가 두 명.
진짜 엄마인 외할머니는 엄마의 아빠인 할아버지와 함께 살며 농사일만 죽어라 하다가 죽기 직전 할머니의 아버지에 의해 할아버지댁에서 구출당했다.
엄마는 외할머니와 함께 나왔고,
그 관계에서 할머니의 아픔을 보며 늘 불안했으리라..
아빠는 따듯하지만 일을 벌여 집의 재산을 날린 할아버지를 가장 잘 따르는 아들이었고,
친할머니는 할아버지와 어린 아빠에게 늘 잔소리와 구박을 많이 했다.
따듯한 말, 인정의 말을 듣고 싶었을 아빠였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할머니께 구박과 잔소리를 들었다.
공부해서 대학 간 큰형 둘,
초등학교 때 축구를 정말 잘해서 운동으로 스카우트를 받았지만 돈을 벌어야 했던 어린 시절 아빠.
아빠는 꿈을 포기하고 어릴 때부터 가족을 위해 돈을 벌었다.
할머니의 인정을 받는 건 늘 큰아들들이었지만,
아빤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오는 착한 아들이었다.
인정의 말 한마디 못 들을지라도..
나는
엄마와 유대감이 강하지 않았다.
엄마는 책임감이 강하고 현실적이지만 엄마의 성장 환경으로 인해 늘 불안했고, 나를 따듯하게 품어주지 않았다.
품어줄 줄 몰랐다.
아빠는 너무나 따듯하고 정이 많고 정의로운 사람이었지만 자기 자신을 잘 믿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약속을 잘 지키지 못했다.
90년대, IMF로 아빠의 사업이 크게 무너졌다.
아빠는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너무도 크다는 이유로 경마장을 갔다. 가족의 멸시와 외면을 당하면서도 아빠는 변하지 않았다.
어떤 바람을 가졌던 걸까? 왜 경마장이었을까?
나는 그런 부모의 감정을 그대로 흡수하며 자랐다.
엄마의 불안, 아빠의 무책임.
그 두 가지가 내 안에서 섞여 나를 형성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불안이 기본값’인 사람으로 살아야 했다.
강하지만 외로운 아이
나는 어릴 때부터 강한 척하는 아이였다.
웅변대회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말도 잘했고,
어른들이 “참 씩씩하다”라고 말하면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그건 껍데기였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처음으로 깨달았다.
나는 친구를 사귀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을.
나는 친구들에게 다이어리를 사주고, 새로 산 컴퓨터를 자랑했다.
아빠가 사준 피자와 치킨을 내밀며 친구들의 환심을 샀다.
돈을 쓰면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내가 뭔가를 베풀면 다들 좋아했지만, 나는 그들의 ‘진짜 친구’는 아니었다.
나는 자꾸만 의심했다.
‘저 애들은 나를 정말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내가 주는 것 때문에 곁에 있는 걸까?’
그 의심이 쌓이고 쌓이면서, 나는 점점 더 혼자가 되어갔다.
5학년, 새로운 시작?
초등학교 5학년 때, 우리는 성남에서 수원으로 이사했다.
나는 다짐했다. “이번엔 진짜 친구를 만들어야지.”
하지만 문제는 내 안에 있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쉽게 기대고, 쉽게 상처받았다.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덜 보이면, ‘아, 저 애가 나를 싫어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먼저 멀어졌다.
그렇게 또 혼자가 되었다.
하지만 한 명의 친구가 있었다.
왁자지껄한 나와는 다르게 조용하고 성실한 아이였다.
돈보다 부모님과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착한 친구.
나는 그 아이가 부러웠다.
나는 여전히 인정받기 위해 허우적대고 있었는데,
그는 그냥 묵묵히 하루를 살아내는 친구였다.
나는 그때 깨닫지 못했다.
나는 친구를 원하는 게 아니라,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했다는 것을.
나는 친구를 찾고 있는 게 아니었다.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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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2장: 상처로 얼룩진 10대
필리핀 유학, 가정의 어려움, 돈과 외모에 대한 왜곡된 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