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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jjoo Aug 02. 2019

삶이 고통스러우면 안되나요?

It's okay not to be ok

“지금 행복하세요?” 

상 시간에 선생님이 이런 질문을 했다. 답을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행복 자체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행복했던 적이 언제였지? 

나는 지금까지 행복하기 위해서 살아왔다. 항상 살아가는 이유를 행복에 두었다. 무엇을 성취하려고 애썼던 이유도 그걸 손에 얻으면 행복해질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유행이 생겼지만, 내게는 별로 와닿지 않았다. 그건 커다란 행복을 누릴 자신이 없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변명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행복은 평생 추구해야 할 거창한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진정으로 행복하다고 느낀 적이 별로 없었다. 


“삶은 행복하기 위한 것이 아니에요. 삶은 감정의 롤러코스터죠. 한 순간 괜찮다가도 바로 다음 순간에 외롭고 모두 잘못될 것 같은 기분이 들죠. 매순간 당신이 느끼는 것이 삶을 만드는 게 아니에요. 어떤 인생을 만들어가고 싶은지, 그 속에서 나 자신에 대한 깊은 자부심을 찾을 수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해요. 고통을 느껴도 괜찮아요.
사실, 무엇을 판단하고 바로잡으려고 하지 않으면 우리는 삶을 매순간 경험할 수 있어요. 어느 누구도 잘못되지 않았어요. 저 역시 그렇죠. 전 제 병에 구애받지 않아요. 내일 당장 낫는다 해도 정말 상관없어요. 왜냐하면 병이 제 삶의 질을 결정하지 않으니까요.”


클레어 와인랜드 Claire Wineland 가 테드 TED 강연에서 들려준 이야기다. 클레어는 선천성 낭포성 섬유증 환자로,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서른 번의 수술을 받아야 했다. 힘든 순간들을 지나오면서도 끊임없이 의미 있는 일을 했다. 열세 살에 자기와 같은 병을 앓는 사람들을 위한 비영리단체를 세웠고 때로는 병실에서 유튜브를 통해, 때로는 직접 강연장에 서서 많은 사람들에게 삶에 대한 영감을 주었다. 


지난 2018년 9월, 장기들을 기부하고 스물한 살로 생을 마감한 클레어가 전달하려 했던 메시지는 간단하다. 삶이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괜찮다고, 아무것도 잘못된 것은 없으며, 아무 비판 없이 삶을 겪어낼 때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얻고, 삶은 아름다워진다고. 


이 괴로울 때 우리는 어떻게 하는가? 무언가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며 바로잡으려고 애를 쓰지 않는가? 그런데 삶이 고통스러우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을까? 우리는 모두 삶이 행복해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불행하다면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인생이 행복해야만 한다는 믿음은 대체 어디서 올까? 그러면서도 종종 시니컬하게 “삶은 원래 고통이야” 하는 말을 내뱉는다. 


나 역시 선천성 병을 앓고 있지만, 클레어가 겪어온 고통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클레어는 태어난 뒤로 줄곧 시한부 환자로서 매 순간 죽음을 의식하며 살아야 했지만, 고통 속에서도 웃고 노래하며 삶을 즐겼다. 가혹한 운명, 공평하지 않은 세상을 향해 절규할 법도 한데, 그저 늘 미소 짓고 감사하며 다른 이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안기는 의미 있는 삶을 살았다.


우리는 우리가 좇는 성공과 명예, 부가 결국 모종의 지속적인 만족감을 안겨줄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다. 이 프로젝트만 끝내면, 또는 저 목표만 완수하고 나면 행복하고 만족스러울 거라고 기대하곤 한다. ( 중략) 하지만 목표를 이루고 난 후 에도 마침내 행복해지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그 모든 스트레스와 불안과 과로, 그리고 그로 인한 건강 이상까지 감내하며 얻어낸 보상의 만족감은 그저 잠깐 머물다가 사라져버린다.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 에마 세팔라 Emma Seppala 의 《해피니스 트랙》에 나오는 구절이다. 


도 행복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었다. 원하는 것을 이뤄야만 행복하고, 행복하지 못한 인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게 재미있을 리 없다고, 거기에 무슨 가치가 있겠느냐고 생각했다. 


행복 역시 감정이다. 슬픔이나 기쁨, 분노, 고마움, 평안 같은 감정들처럼 이미 내 안에 있는 감정인 것이다. 그런 감정 중에 하나만 느끼며 사는 삶이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의미 있는 삶은 다르다. 힘들고 괴로운 순간에도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삶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결국 우리 몫이다. 


선생님은 명상을 통해 얻는 행복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들뜬 마음과는 다르다고 했다. 고요하지만 걱정이 없는, 저항감 없이 그저 평온한 마음, 이런 마음이 계속 유지되는 평정심. 바로 이런 것이 명상에서 의미하는 행복이라 했다. 


나는 지금 그런 평정심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물론 지금도 두려움이나 짜증, 분노, 시기, 질투, 소유욕,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전혀 없지는 않다. 그런 감정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을 뿐이다. 

어떤 변화로 인해 불행하다고 느끼는 감정이 적어졌다. 원하는 대로 삶이 흘러가지 않아도 전처럼 괴롭지 않다. 고통스러울 때도 뭔가 잘못되었다며 죄책감을 갖거나 스스로 질책하지 않는다. 

IT's OK Not To Be OK

군가 나에게 지금 행복한가를 묻는다면 내 대답은 여전히 ‘모르겠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행복해지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만으로 좋다. 

어쩌면 나는 원하는 것을 영원히 이루지 못하고 살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아닌 채로 삶을 마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나름의 의미를 찾아 살아갈 것이다. 


[이윽고, 무언가 바뀌기 시작했다] 송혜주 저

- '삶이 고통스러우면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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