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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ena J Aug 07. 2023

냉장고가 텅 비었다

나는 나쁜 엄마입니다1

"캠핑 월요일에 출발하는 거지?"

"응", "아침에 일찍 출발해야 해서 오늘 짐 챙겨야 하니까 일찍 들어와."


우리 가족은 한 달에 한 번씩 캠핑을 갑니다.


우리 가족은 캐나다 빅토리아의 섬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캠핑은 페리를 타고 밴쿠버 메인랜드로 갑니다.


이번 캠핑은 4박 5일간의 여름휴가 일정입니다. 그렇기에 더욱이 냉장고가 텅 비었습니다.

아이들은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캠핑을 따라가지  않으면 집에서 혼자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는 중입니다.


아이들을 강제로 데려가는 캠핑.
우리 가족의 캠핑 여행은 조금 특별합니다.


제 아이들은 고등학교 2학년의 나이지만 실제로 학교를 다니고 있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이란성쌍둥이이고 한국에서 초등학교 6학년 시작 때 캐나다로 이민을 왔습니다.

한국에서 12년 캐나다에서 5년이라는 기간을 살고 있지만 실제로 아이들의 언어 구사 능력은 아이들 스스로 인정하기를 0개 국어입니다.


"너는 몇 개의 언어를 말할 수 있니?"
 라고 한 분이 질문을 했을 때 아이의 답변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0개 국어요."


아이와의 문제는 2년 전부터 시작이 되었습니다.

혼자서 아이 두 명을 감당하기 힘들었을 때 주변에 한국인 커뮤니티를 찾아 나섰습니다.

당시 우리 가족은 캐나다 동부의 한국인이 거의 살지 않는 지역에 살고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평화로운 지역에서 우리 가족은 아이들도 학교생활을 잘 적응하고 살고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는데 목적을 두지 않았었기에 아이들은 의사소통 실력이 부족했습니다.

그래도 나름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해서 1학기보다는 2학기에 성적이 더 잘 나왔고 중학교 3학년 때는 평균 90점이 넘는 점수를 유지하였습니다.


그래서  IB 프로그램이라고 고등학교 과정에서 대학 학점을 획득할 수 있는 학교에 선생님들의 추천서까지 받아서 입학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가 모든 것을 포기한 순간 내가 계획했던 아이를 위해 목표했던 모든 것이 다 허사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어떻게든 학교로 되돌려 보내기 위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그곳에서 한인 커뮤니티를 찾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만났던 한 분의 질문에 아이 스스로 자신은 한국어도 영어도 하지 못한다고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과의 전쟁 같은 생활에 지쳐버렸던 나는 아이들이 나로부터 독립했을 때 의지할 수 있도록 한인 커뮤니티가 크고 한국과 가까운 캐나다 서부의 빅토리아로 이주를 했습니다.


몇 년 동안 한인 커뮤니티 없는 곳에서 살다 오니 이곳은 한인 치과며 한의사며 슈퍼 미용실 식당 등등 모든 것이 쳐나서 천국과 같이 느껴졌습니다.


서부에 비해 눈도 적게 오고 온화한 날씨에 울창한 자연환경과 야생동물들, 거기에다가 부족한 것이 없는 한인 커뮤니티가 있었으니 말이죠.


 새로 시작한 직장에서 베네핏으로 보험혜택을 받자마자 작년 겨울에 밴쿠버에 있는 한인 치과 방문을 위해 카드 마일리지를 이용해 밴쿠버의 한 호텔을 예약했었습니다.


혹시라도 아이들이 따라나서지 않을까 봐 호텔에서 와이파이 사용이 가능하다고 말해두었습니다. 그것이 나의 실수였습니다.


"잠이나 자!"


이게 아이의 입에서 나왔던 저에 대한 말입니다.


저녁을 먹은 후 호텔에 입실하자마자 아이들은 와이파이 패스워드부터 찾았습니다.

퀸사이즈 베드 2개가 있는 1개의 룸이었기 새벽까지 이어지는 온라인 게임을 하느라 부스럭 거리는 아이들의 소음에 깊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중간중간 이제 그만하고 자라는 저에게 게임에 정신이 나간 한 녀석이 던졌던 말입니다.


체크아웃을 하는 동안에도 아침에 잠들어서 깨어나지 못하는 아들을 깨우느라 신경이 곤두서 있었습니다.

결국 호텔직원에게 도움까지 요청했지만 정신을 못 차려 일어나지 않는 녀석을 버려두고 치과에 가야 했습니다.


대낮 2시쯤 되었을 때 드디어 기다리던 연락이 호텔로부터 왔습니다.

아들을 데려가라는 연락이었습니다.


치과 진료 예약이 3명이라 저 먼저 받았고 저와 함께 치과에 온 아들 녀석이 진료를 받는 동안 차로 운전해서 30분 거리에 있는 호텔로 되돌아갔습니다.

호텔로비에 아들은 파자마를 입은 채로 직원과 함께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를 보자마자 로비에서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직원은 룸청소를 위해 아들을 강제로 깨워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옷을 갈아입은 아들을 마침내 치과로 데려와 진료를 받게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 아이들과 밴쿠버에 갈 때는 와이파이가 없는 핑장에서 숙박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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