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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ena J Aug 07. 2023

그래 한번 해보자 누가 이기나

나는 나쁜 엄마입니다2

아이들은 호락호락하게 캠핑을 갈 때마다 따라나서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캠핑 가던 날은 캠핑짐을 혼자서 다 챙겨둔 후 밴쿠버 가는 당일 날 아침 페리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우리 캠핑장에서 묵을 거라고 말해야만 했습니다.


"거기서 충전할 수 있어?"


다행히 아이들의 반응은 간단명료했습니다.


"응"

"사이트에 전기 스탠드 있고 사용을 하던 안 하던 하루에 8불씩 내야 하니까 많이 많이 써, 돈 아깝지 않게."


아이들이 아주 어릴 적 유아기 때부터 한국에서 캠핑 생활을 몇 해 동안 했었기에 아이들은  캠핑의 추억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의 캠핑에 대한 반응은 부정적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자신들의 디바이스를 밤새 충전시킬 수 있다는 것에 만족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나름 아이들도 페리를 타고 밴쿠버 나들이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습니다.


바닷바람이 차가움에도 객실에 앉아있지 않고 사람들과 떨어져 조용히 있을 수 있는 선상에 있기를 선호했습니다.


"고래 봤다"


페리로 바다를 가르며 밴쿠버로 가던 중 아이는 우연히 보게 된 고래를 봤다며 기뻐하며 말했습니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자연체험학습장에 많이 그리고 오래 다녔었습니다. 동식물에 호기심을 많이 보였기에 관련 프로그램은 참여할 수 있는 만큼 많이 데리고 다녔었습니다.


서울에서 살던 집에서 멀었어도 서대문 자연사 박물관의 프로그램도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교 5학년때까지 매 분기별 수업이 있을 때마다 거의 빼먹지 않고 참여했었습니다.


초등학생이 되어서는 대치동에 위치한 과학 전문 교육프로그램에도 몇 년간 출석을 하였었습니다.


아이의 흥미를 살려서 재능을 길러주고 싶었던 교육열이 높았던 엄마였기에 주말이 되면 아이들 데리고 꾸준하게 참 여러 곳을 다녔었습니다.


아이는 서울 교육청 영재로 초등학교 5학년때 합격하여 과학영재교육도 캐나다로 오기 전까지 이수하였었습니다.


외향적 성격이라 사람들과 친화력도 좋았고 말하는 것도 좋아하는 아들이라서 영어 실력도 금방 늘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한국의 스카우트처럼 캐나다에서도 나라에서 지원하는 카뎃 프로그램이 있는데, 처음 이민와서 만 12세의 입단 자격을 갖추자마자 아이들은 입단을 하였고  그곳에서도 바쁜 한 해를 보냈었습니다.


육군 공군 해군의 카뎃이 있고, 우리 애들은 공군카뎃에 입단하였었습니다. 한국에서 배웠던 트롬본 연주 기본 실력으로 카뎃 밴드부에도 참여하였습니다.


주말이면 밴드 연습에 다른 체력활동 연습에 항상 일정이 많았었고 바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것은 비행기를 타고 노바스코시아로 여름캠프를 다녀오는 것이었습니다.


첫해에 2주간 캠핑에서 공군활동 체험을 포함 다양한 활동을 하며 즐기다 온 아이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의 폭도 많아지고 기간도 나중에 고등학생이 되면 6주까지 길어지는 것에 상당히 열광하며 다음 해 여름의 캠프를 손꼽아 기다렸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맞이하며 모든 활동은 온라인으로 바뀌었고 여름캠프 일정은 장기간 연기 되었습니다.


회화에 아직 취약했던 아이들은 온라인으로 대화와 회의식으로 진행되어진 카뎃활동에서 흥미를 잃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우리 집에는 와이파이가 없습니다.

아이들은 공공도서관이 문을 여는 평일이면 그곳에서 종일 먹지도 마시지도 안은 채로 와이파이에 접속하다 집에 돌아옵니다.


와이파이 사용을 할 수 없기에 캠핑에 가지 않겠다고 할 때도 있습니다.


캠핑일정을 알고 짐까지 함께 전날 다 싸둔 후에도 다음날 아침이 되면 갑자기 그냥 나가버리거나 아니면 방에서 꼼작도 하지를 않습니다.


"집에 먹을 거 하나도 없다."


한 번은 냉장고를 비웠습니다. 그랬더니 당일 아침 캠핑을 따라나섰습니다. 또 한 번은 당일 아침 냉장고 안을 확인하더니 그래도 나름 3일간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둘 다 안 가겠다고 하며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니 멋대로 이렇게 살 거면 네가 벌어서 먹고살아."

"내 집에 살면서 나 힘들게 하지 말고!"


화가 나서 냉장고 안에 몇 개 남아있는 계란을 싱크대 안에 깨서 모두 버렸습니다.


밀가루로 나름 수제비도 끓여 먹고 하는데, 아있는 밀가루도 쓰레기통 안에 버려버렸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캠핑을 떠나버렸습니다.


그 이후 이이들은 배웠습니다.

캠핑을 함께 가지 않으면 배고픔을 느껴야 한다는 것을요.

게다가 이번에는 5일간의 장기 캠핑일정입니다.

냉장고 안은 이미 텅 비었고 오늘 저녁 먹을 음식만이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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