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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ena J Aug 08. 2023

대단한 대한민국 온/오프라인 게임천국

나는 나쁜 엄마입니다3

"아~~~ 씨발"

아이 방에서 나오는 괴성입니다.


가끔씩은 아이가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아이가 아랫집의 와이파이 비번을 빌렸나?' 하는 의심으로 아이방에 불시에 들어가서 소란을 피운 적도 있었습니다.


정말로 한 번은 아이가 아랫집 사는 사람에게 가서 문을 두드리고  학교 숙제를 하는데 엄마가 와이파이 설치를 안 해준다며 번호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매일 출근도장을 찍었던 도서관에 안 가고 미친 듯이 무엇인가에 몰입하고 예전처럼 잠도 안 자고 잘 먹지도 씻지도 않기에 혹시나 하고 의심해서 아래층 사는 남자에게 물어봤더니 역시나였습니다.


이후 그 집의 와이파이 비번은 바뀌었고 아이는 다시 도서관으로 출근 도장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공공 도서관옆에는 레크리에이션 센터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수영도하고 헬스도 하라고 멤버십 만들어주고 데려갔었습니다.


수영은 몇 번 다니더니 애들이 많다고 더 이상 가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곳도 들렸다가 한밤중에야 집에야 들어오고 있습니다.


공공 도서관의 클로징 타임이 저녁 6 시이기에 아이는 연장시간을 사용하기 위해 바로 옆에 위치한 레크리에이션 센터의 로비에 앉아서 밤 9시에서 때로는 10시까지 와이파이 접속을 하고 옵니다.


시간 동안은 먹지도 마시지도 않습니다.


“실내에서 음식물을 먹을 수 없어.” 아이의 답변이었습니다. 공공 규칙은 아직까지는 참 잘도 지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몇 개월을 보내던 중, 아이 한 명이 더 이상 그곳을 가지 않고 방 안에서 온종일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걱정이 되어 살짝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왜 요즘은 도서관에 안 가니?”


한동안 말이 없던 아이가 몇 번의 반복되는 질문에 말을 꺼냈습니다.


“거기 직원이 매일 See you tomorrow ^^라고 하자나”


아이는 나름 자신이 하교에 가야 할 시간에 도서관에서 게임만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에 창피한 걸 알고 있었습니다.


“씨발~ 다른 애들은 다 가졌는데.”

“다른 애들은 자기 집에서 와이파이 사용하면서 청소도 안 하고 설거지도 안 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자기 방에서 게임만 해도 아무 말도 안 하는데.”


아이는 자신의 처지를 저에게 원망하고 있었습니다.


아이에게는 그런 친구는 없습니다. 아이가 보고 듣는 그래서 저에게 하는 이야기들은 모두 온라인에서 들어온 것들입니다.


“그래? 그 애들은 학교는 다니잖아.”

어이가 없는 아이의 불만에 대꾸하는 것조차 이젠 의미가 없습니다.


아이는 왜 우리 집에 와이파이가 없는지 왜 이지경까지 오게 되었는지 자신들의 지난 행동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되풀이되어 이해시키려고 말을 해도 억지 같은 말도 안 되는 사실이 아닌 말들을 해대며 자신들이 피해자라도 된 것처럼 항상 흥분하기를 되풀이하였습니다.


우리 집도 처음에는 와이파이가 당연히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핸드폰 단말기를 처음 사준 것은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때입니다. 하지만 몇 번이나 고장내고 하는 바람에 그리고 내 전화는 받지도 않고 밖에서 노느라 집에 늦게 돌아오고 했기에 결국 고학년 때 아이들의 핸드폰은 사라졌습니다.


아이가 캐나다로 이민 와서 한국에 있는 친구들을 그리워했을 때. 구글 계정을 오픈해 주고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어주고 내 카톡 아이뒤를 사용해 친구들과 연락이 닿을 수 있도록 해준 것도 나였습니다.


팬데믹 코로나 셧다운으로 학교도 안 가고 직장도 안 가던 시절에도 아이와 함께 유튜로 베이킹 배우고 기타 우쿨렐레 배워가면서 함께 시간을 보냈던 나였습니다.


그렇지만 아이의 혼자만의 온라인 사용시간이 점점 나 모르게 늘어가는 것 같아서 자녀계정을 통해 사용시간을 통제했던 일반적 부모들이 하는 방법을 사용했던 적도 당연히 있었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모든 통제를 풀어내는 법을 알아냈습니다. 온라인에는 없는 정보가 없었습니다.


아이의 크롬북을 잠자는 시간이 되면 내 방에 가져다 두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어느새 내가 자는 동안 아이들은 크롬북을 가져다 밤새 사용을 하였었고, 등교를 위해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힘들어하는 아이 때문에 얼마 가지 않아 나를 속이는 아이들의 행동들이 드러났었습니다.


아이들의 거세지는 반항으로 자신들의 크롬북을 손에 넣었고, 아이의 인터넷 중독을 의심했던 나는 아이를 소아정신과 의사를 만나게 해 줄 생각으로 추천서를 받기 위해패밀리닥터 데려갔었습니다.


“아이가 엄마한테 맞았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어처구니없게도 아이들은 자신들이 학대를 받았다고 패밀리 닥터에게 말하였고 우리 집에는 결국 사회복지사인 소셜워커의 방문이 있었습니다.


나 역시 강경대응에서 조금 낮추어진 대응방식을 아이에게 사용하게 되었고, 고등학교가 개학되었지만. 아이 둘 중 한 명은 와이파이와 자신의 크롬북과 함께 방 안에서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3개월이나 하였었습니다.


‘은둔형 외톨이는 이렇게 만들어지는 거구나~‘


아이를 다시 집 밖으로 나오게 하고 학교를 다니게 한 것은 집의 와이파이 박스를 내 친구집에 보내고 나서였습니다.


당시에도 일시적으로 와이파이 박스만 떼서 친구집에 보관하였지 영구적 해지를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 생활을 다시 시작할 경우 인터넷 접속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이러했던 자신들의 행동은 정말 전혀 기억을 못 하는 건지 말도 안 되는 억지 같은 말들만 진짜였던 것처럼 그렇게 뱉어내며 내 속을 뒤집었었습니다.


이젠 완전히 와이파이접속을 집에서 하지 못함에도 아이들은 다운로드하여 온 게임영상을 잠도 안 자고 들여다봅니다.


무료로 영상을 다운로드하여서 오프라인에서도 온라인 못지않게 스크린타임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온라인 천국인 대한민국입니다.


아~ 대한민국!


아이는 만 12세 전에 한국을 떠나 이곳 캐내다에서 살고 있지만 한국의 온라인세상이 아이의 전부가 되어버렸습니다.


캠핑을 가는 당일 아침도 방에서 동영상을 들여다보느라 출발 준비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속에서 천불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너 안 기다리고 엄마 준비 다 되면 그냥 갈 거니까 알아서 해라"


"말하지 말라고"

"조용히 해"


그분이 온 것처럼 아이의 감정기복이 큰 아침입니다.


추가적으로 가져가야 할 짐들을 챙겨서 나와 차에 싫고 있었습니다. 한 녀석은 뒷자리에 앉았는데 아직까지 다른 한 녀석이 안 나옵니다.


쌀통에 들어있는 쌀이 떠올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김도 있습니다.

" 이 녀석이 밥 해 을 게 있어서 안 나오나?"

제 머릿속에는 집안에 남겨진 아이가 해 먹을 수 있는 식재료가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도 아이는 손에 시리얼봉지를 들고서는 주차장으로 걸어오며 퉁명스럽게 말합니다.


"내가 다 잘 었는데. 나 이제 다시는 안 할 거야."


어제 자신이 어마어마한 캠핑짐을 차에 싫었는데, 내가 다시 트렁크에서 짐을 꺼내어 정리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오해를 하고 있었습니다.


"추가로 더 넣을 게 있어서 그런 거야. 그 많던 짐 정말 잘 싫었네. 진짜 잘했어."


이렇게 말해주니 금세 아이의 감정이 수그러지는 듯했습니다.


'BC Day'


오늘은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비씨주의 공휴일입니다.

페리온라인 예약은 2주 전부터 매진이라 하지도 못했고 텅 빈 냉장고덕에 아침도 못 먹었습니다.


페리 타러 가면서 뭐라도 사 먹을까 했는데, 갑가지 공휴일인 것이 상기되니 문 연 곳이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구글링 해보니 다행히 집 주변 피자집이 영업 중이라 나옵니다.


"오늘 영업을 해주어서 고마워요"라고 피자집에 들어서자마자 인사하니, 그쪽에서도 웃으며 "무엇을 주문하시겠어요?" 합니다,


테이크아웃 피자집이지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으로 팁을 20프로나 주었습니다.


페리도 현장상황 검색을 피자를 기다리는 동안 해보니 취소분이 많아서인지 온라인 예약건이 남아있었고 게다가 세이버(할인) 요금입니다. 일종의 땡치기 예매입니다.


완전 운 좋은 날이구나. 페리를 타기 위해 몇 시간을 기다릴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피자를 가지고 페리장에 딱 12시 29분에 도착하였습니다.


발권하는 직원원이 묻습니다.

"2시 예약이지만 1시 거 탈래요?"


"네, 네, 당연하죠!"


세이버 요금에서 기본요금으로 5불 정도 더 지불하였지만 한 시간을 벌게 되었습니다.


완전 운 좋은 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차 안에서 고함을 치고 욕을 하면서 난동을 부리기 전까지는요.



오늘은 정말 아이들에게 그분이 오신 날이었습니다.


둘 다 아침부터 나의 영혼을 마구마구 흔들어 놓고 있었습니다.

스크린타임이 길어지면 아이에게 가끔 그분이 찾아옵니다.


차 안에 남아있겠다는 두 녀석을 뒤로하고 배 위로 올라와 바다를 바라보았습니다. 오늘 바닷빛깔은 유난히도 푸르렀습니다. 따뜻한 햇살과 함께 피부로 느껴지는 바닷바람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즐거운 대화소리와 함께 화창하게 아름다운 여름을 함께하고 있었지만 눈물이 나올 것만 같이 외로움이 느껴졌습니다.


"씨발년아"


아이로부터 욕을 듣는 것은 정말 견디기 힘듭니다. 영혼까지 흔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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