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잡문집

하루살이

내가 있는곳에서 행복감을 느끼다.

by Helen Teller

아이들 자유수영을 넣어놓고 여유로이 앉아 따뜻하고 꼬순 라테 한잔을 들고 여유를 즐겨본다. 수영장 2층에 마련된 자리 중앙에 자리를 잡았다. 한쪽에는 여성 두 분이 아이들 이야기를 재미나게 하고 있다. 남편은 책을 더 대출해야 한다며 도서관으로 향했기에 혼자만의 시간이 가능해졌다. 홀가분하다. 행복감이 밀려온다.


찰랑이는 물살 속에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간다. 그중 내 눈에 쏙 들어오는 귀여운 내 새끼들. 이렇게 한걸음 떨어져서 보면 참 많이 컸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가끔 눈이 마주치면 손 흔들어주기 그것으로 된다. 고요한 시간과 커피 즐거운 읽을거리가 참 감사하고 귀한 시간이다. 별 탈 없이 잘 자라준 고마운 마음과 같이 수영장 들어가자고 하지 않고 오롯이 혼자 내버려 둬 줌에 감사함을 느낀다. 그간 키워낸 내 노고도 새삼스레 떠올려본다. 감자기 뭉클함이 밀려온다. 고개를 들어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애쓴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아름다운 것을 보거나 행복감이 들면 눈물이 난다.


water-4260900_1280.jpg

나는 꼼꼼하지 못한 성격이라 주변을 챙기는 게 어렵다. 아이 둘 방과 후 수업이나 준비물 등을 챙기는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뿐 다른 것들은 놓치는 것이 다반사다. 주변 친구들도 살뜰하게 챙기지 못한다. 생일이나 기념일도 꼼꼼하게 챙기지 못하는 편이라 그걸 이해하는 사람만이 내 주변에 남았다. 내뱉고 보니 참 무책임한 말이구나 하고 깨닫는다.


글을 배워보고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듣게 된 강의로 맺게 된 귀한 인연들이 있다. 톡방 가득 채워지는 글들을 일상을 지내다 보면 놓칠때가 많다. 한 번씩은 나도 이야기속에 들어가고 싶은데 누군가의 글에 내가 이런 답을 달면 다른 사람이 어쩔까 저쩔까 생각하다 글 쓸 타이밍을 놓치기도 하고, 위로랍시고 하면 도움이 안 될까 봐 혼자 고민하다가 그만두기를 반복한다. 얼마 전에 지역모임을 가졌는데 마음의 여유도 없고 이런저런 이유로 참석하질 못했다. 다음번에 좀 더 가까운 곳에 모임이 만들어지면 꼭 참석해 보리라 마음을 먹어본다. 그 카톡방은 오고 가는 이야기가 참 반짝인다. 그곳에 내가 속해 있다는 게 참 감사하다.


내달리는 듯 바쁘게 살아가는 것 같지만 돌아보면 계속 그 자리에 있단걸 요즘은 뼈저리게 느낀다.

하지만 그저 주어진 오늘을 하루살이처럼 살아내면 내일이 온다는 사실이 참 좋다.


부족하지만 엄마라고 불러주는 보석 같은 두 아이.

티격태격 동갑내기라 다툼은 있지만 늘 내편인 남편.

심심해서 전화했다며 점심시간마다 전화 걸어오는 우리 아빠.

늘 우리 걱정만 하고 사는 시어머니.

글쓰기를 멈추지 않도록 같은 길로 안내해 주는 반짝이는 등대님들.

내 이야기 들어주고 걱정해주는 친구들.

손님이 없어서 아쉬운 날도 많지만 열심히 글 쓸 수 있는 장소가 되어주는 내 가게 내 아지트.

이렇게 고마운 것들이 많았구나.

valentines-day-624440_1280.jpg



말토시하나만 바뀌어도 세상이 달라지게 할 수 있다.
손바닥의 앞과 뒤도 한 몸이요 가장 가까운 사이지만
뒤집지 않고는 볼 수 없는 가장 먼 사이기도 하다.
사고의 전환도 그와 같은 것이 아닐까?
뒤집고 보면 이렇게 쉬운걸 싶지만 뒤집기 전에는 구하는 게 멀기만 하다.



나도 고마운 이들에게 살리는 말 한마디를 건네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의 박완서 작가님 친구처럼 같은 말이라도 듣는 사람이 '휴 다행이다. 그렇지?' 하고 안도하는 대답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많고 많은 감사한 것들에 대해 내가 할수 있는 보답이라치면

이번엔 내가 편안하게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되는 것.

걱정거리를 늘어놓았을 때 해결책을 내놓는 것에 앞서 마음을 알아주며 공감해 주는 것.

그것이 내가 속한 세상을 달라지게 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만병통치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