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는 말 뒤에 남은 것들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그 말을 끝내하지 못한 채 관계가 흘러가 버린 적이 있다. 말하지 않아서 괜찮아진 줄 알았고, 침묵 덕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지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야 알게 된다. 말하지 않은 마음은 사라진 게 아니라, 더 깊은 곳으로 숨어 있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마음은 꼭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가장 무방비한 얼굴로 모습을 드러낸다.
말하지 못한 마음은 처음부터 거창하지 않다. 대단한 고백이나 극적인 감정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서운함이나 잠깐 스친 바람 같은 감정으로 시작된다. 그때 우리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 정도는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 괜히 말을 꺼냈다가 분위기만 어색해질지도 몰라. 나만 참으면 지나갈 일이야. 그렇게 마음은 말해질 기회를 잃고, 대신 ‘괜찮음’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괜찮다는 말은 편리하다. 상대를 안심시키고, 관계를 유지하게 해 주며, 무엇보다 갈등을 유예해 준다. 하지만 유예된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말하지 못한 마음은 대개 관계의 경계에 머문다. 너무 가깝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멀지도 않은 거리에서 마음은 방향을 잃는다. 친구에게 서운했지만 괜히 예민한 사람으로 보일까 봐 웃어넘겼던 순간,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상처를 줄까 봐 삼켜버린 밤, 연인이 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끝내 말하지 못한 감정들. 그런 마음들은 말해질 자리를 찾지 못한 채 마음속에 남아, 관계의 틈 사이에 고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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