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한 새벽, 나를 바라보다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진다. 졸음이 밀려올 법한 이 새벽녘, 이상하게도 잠은 오지 않는다. 한밤의 고요 속, 나만이 깨어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나를 더 초조하게 만든다. 침대 위에 가만히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다 보면, 머릿속은 쉴 틈 없이 돌아간다. 지나간 일들, 어쩌다 스친 기억, 다가올 하루에 대한 불안이 얽히고설켜 사슬처럼 이어진다.
분명 몸은 지쳤다. 눈도 따갑고, 어깨는 무겁다. 하지만 머리는 멈출 줄을 모른다. 억지로 눈을 감아보지만, 의식은 더 또렷해진다. 일어나 책을 펼쳐볼까, 따뜻한 차를 마셔볼까 고민하지만, 다시 눕는다. 이불 밖은 너무 멀고, 나는 이 조용한 고립 속에서 잠만을 기다린다.
왜 이토록 잠이 오지 않는 걸까. 무언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불면의 이유를 찾아보지만, 선명한 답은 없다. 가끔은 이 상태가 내가 만들어낸 감정의 감옥처럼 느껴진다. 잠들지 못하는 내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내가 괜히 작아지는 순간. 그러면서도 문득, 이 밤이 나만의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낮 동안엔 너무 바빴다. 해야 할 일, 만나야 할 사람들,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쉼 없이 밀려드는 것들 속에서 나는 온전히 나일 틈이 없었다. 하지만 모두가 잠든 이 깊은 밤, 이 시간만큼은 조용히 나 자신과 마주한다. 낮엔 감춰두었던 감정들이 조용히 고개를 드는 순간이기도 하다.
물론, 불면이 달갑다는 건 아니다. 내일의 내가 걱정된다. 또 하나의 하루를, 피로한 몸과 함께 견뎌야 할 테니까. 그럼에도 이 밤을 무작정 원망하지 않기로 한다.
지금은 나와 나의 생각들이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답은 없지만, 나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는 시간. 어쩌면 이런 밤도 인생의 일부일 것이다. 언젠가 이 밤의 끝에서 고요한 평안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나는 오늘도 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