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쩔 수가 없다』리뷰

극장에서 볼까 말까 고민했다면

by Helia

이 영화, 극장에서 볼까 말까 정말 오래 망설였다. 검색창에 제목을 몇 번이나 쳐봤다. 후기들을 읽어보면 반응이 극단적으로 갈렸다. 어떤 사람은 올해 가장 강렬한 영화라고 했고, 어떤 사람은 지루해서 중간에 졸았다고 했다. 칭찬과 혹평이 서로 다른 영화를 말하는 것처럼 엇갈렸다. 그래서 결국 극장 예매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그날 나는 다른 영화를 봤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난 뒤, 넷플릭스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됐다. 그렇게 뒤늦게 마주한 영화가 바로 **『어쩔 수가 없다』**였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것이었다. 아, 사람들이 왜 이렇게 갈렸는지 알겠다.

이 영화는 쉽게 좋아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그렇다고 쉽게 싫어할 수도 없다. 보고 나면 마음 어딘가가 묘하게 찜찜해진다. 큰 사건이 폭발하는 영화도 아니고, 시원한 카타르시스가 터지는 영화도 아니다. 대신 아주 조용하게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불편함이 오래 남는다.

영화의 중심에는 이병헌이 연기한 인물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다. 특별히 악한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단히 영웅적인 인물도 아니다. 그냥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얼굴이다. 회사에 다니고, 생활을 이어가고, 관계 속에서 적당히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 문제는 그런 사람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할 때다.

영화는 그 붕괴의 순간을 요란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아주 미묘한 균열을 따라간다. 작은 일 하나가 생기고, 또 하나의 일이 겹치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이어진다. 처음에는 별것 아닌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작은 균열이 서서히 커지면서 인물의 삶을 다른 방향으로 밀어낸다.
그 과정에서 인물은 스스로에게 계속 같은 말을 한다.
어쩔 수가 없다.

이 말은 참 편리하다. 어떤 상황이든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이 잘못되었을 때도, 선택이 틀렸을 때도, 책임을 마주하기 싫을 때도 이 말 하나면 모든 것이 정리된다.
어쩔 수 없었잖아.
영화는 바로 그 말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정말로 어쩔 수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를 납득시키기 위한 말이었는지.

이병헌의 연기는 이 영화의 분위기를 거의 혼자서 끌고 간다. 감정을 크게 터뜨리지 않는다. 대신 아주 작은 표정 변화로 상황을 보여준다. 눈빛이 잠깐 흔들리는 순간, 말끝이 미묘하게 흐려지는 순간, 그 미세한 변화가 인물의 심리를 드러낸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있으면 큰 사건보다도 인물의 얼굴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특히 이 영화는 관객에게 친절하지 않다. 이야기를 친절하게 설명하지도 않고, 감정을 크게 강조하지도 않는다. 대신 관객이 스스로 느끼도록 둔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게는 이 방식이 굉장히 흥미롭고, 어떤 사람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호불호가 갈린다.
이 영화는 전개가 빠른 편이 아니다. 사건 중심의 이야기라기보다 인물의 심리 변화에 가까운 흐름이다. 누군가는 이 과정을 깊이 있게 느끼고, 누군가는 답답하게 느낀다. 게다가 명확하게 감정을 정리해 주는 결말도 아니다. 영화는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 채 끝난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면 묘한 감정이 남는다.
무언가를 확실하게 말해주는 영화가 아니라,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손예진이 등장하는 장면들도 인상적이다. 그녀의 존재는 이야기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한다. 이병헌이 점점 한쪽으로 기울어질수록 그녀의 시선은 상황의 온도를 바꾼다. 두 배우가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과하게 폭발하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쌓인다.

그래서 이 영화의 분위기는 마치 잔잔한 물 같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안쪽에서는 계속 흐름이 움직이고 있다. 그 흐름이 어느 순간 방향을 바꾸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관객은 그 순간을 지켜보게 된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극장에서 봤다면 어땠을까.

아마 만족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지루하다고 느낀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관객의 기대에 따라 느낌이 크게 달라진다. 강한 사건을 기대하고 본다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심리 변화에 집중해서 본다면 꽤 흥미로운 영화다.
그래서 이 영화는 취향이 분명하다.

천천히 진행되는 이야기, 인물의 심리, 조용한 긴장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꽤 재미있게 볼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빠른 전개와 강한 사건을 기대한다면 조금 답답하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 영화는 보고 나면 쉽게 잊히지 않는다.
극적인 장면 때문이 아니라, 영화가 던지는 질문 때문이다.

사람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하지만 정말 그런 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대부분의 순간에는 아주 작은 선택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 선택을 외면할 때마다 같은 말을 반복한다.
어쩔 수가 없었다고.
영화는 그 말을 가만히 붙잡고 묻는다.
정말 그랬을까.
그리고 그 질문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