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깨어난 아이와 떠나는 아이

십 년 후

by Helia

하린이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병실 천장이었다.
빛이 희미하게 번져 있었다. 눈을 몇 번 깜빡이자 흐릿했던 시야가 조금씩 또렷해졌다. 몸은 낯설 만큼 무거웠고,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가슴이 천천히 움직였다.

삐—

삐—

어디선가 일정한 소리가 들렸다.
그때였다.

“하린아…”

아주 조심스러운 목소리였다.
하린은 눈동자를 천천히 움직였다. 시야 끝에

사람들이 보였다. 유리문 너머 복도에 서 있는 금희와 두 오빠였다.
금희의 눈이 먼저 커졌다.


“하린아?”

그녀의 손이 떨리며 입을 가렸다.
하린의 입술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눈은 분명히 깨어 있었다.
그 순간 금희가 울음을 터뜨렸다.

“깨어났어… 하린이 깨어났어…”

두 오빠도 서로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한 달 동안 버티고 있던 긴장이 한 번에 풀린 사람들처럼 어깨가 내려앉았다.
병실 안의 공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교통사고로 하린이 의식을 잃은 지 한 달이 지나 있었다.
의사는 상태를 확인하고 조용히 말했다.

“의식은 돌아왔습니다.”

그 말은 짧았지만 충분했다.
금희는 하린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괜찮아. 천천히 해.”

하린은 약하게 손을 쥐었다. 힘은 거의 없었지만 분명한 반응이었다.
며칠이 지나자 하린은 조금씩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다음은 팔을 들어 올리는 연습.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앉는 것만으로도 숨이 가빠졌다.
그래도 하루하루 달라졌다.
재활치료실에서 처음 걸음을 떼던 날, 하린은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아 잠깐 휘청거렸다.
금희가 뒤에서 말했다.

“천천히 해.”

하린은 이를 악물고 다시 발을 내디뎠다.
한 걸음.
그리고 또 한 걸음.
그 모습을 보던 오빠가 고개를 돌렸다. 눈물이 고인 걸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조금 더 흘렀다.
어느 날 의사가 말했다.

“이제 퇴원하셔도 됩니다.”

금희는 잠깐 말을 잇지 못했다.

“정말요?”

의사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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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쌓습니다. 기억과 계절, 감정의 결을 따라 걷는 이야기꾼. 햇살 아래 조용히 피어난 문장을 사랑합니다." 주말은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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