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노래한 날
“아비 잡아먹은 년.”
말이 먼저 복도를 가르고 날아왔다.
열 살짜리 아이가 그 말을 조용히 듣고 서 있었다. 현숙이었다. 작은 어깨를 꼿꼿이 세운 채, 두 손만 꽉 쥔 채로. 고개를 숙이지도, 울지도 않았다. 그저 버티고 서 있었다.
“저 눈 좀 봐.”
“되바라진 것.”
“재수 없는 것.”
세 여자의 목소리가 겹쳤다. 시누이들이었다. 고모 셋은 복도 한가운데서 현숙을 둘러싸듯 서 있었다. 말끝마다 날이 서 있었다.
그때 병실 문이 열렸다.
현숙의 엄마였다.
몸이 아직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얼굴은 창백했고 걸음은 조금 비틀거렸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복도 끝에서 들려온 그 목소리들이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그대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현숙 앞에 섰다.
아이와 고모들 사이를 막아서는 벽처럼.
“그만들 하세요.”
크지 않은 목소리였다.
그런데 복도가 조용해졌다.
고모 셋이 동시에 엄마를 바라봤다. 놀란 얼굴도 아니었고, 반가운 얼굴도 아니었다. 못마땅함이 먼저 올라온 얼굴들이었다.
“언니, 지금 누굴 감싸는 거야?”
큰고모가 비웃듯 말했다.
“내 오빠 잡아먹은 애를 끼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
작은 고모가 말을 보탰다.
엄마의 숨이 조금 거칠어졌다. 그래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이에요.”
눈이 흔들리지 않았다.
“내 딸한테 그게 할 말이에요?”
고모들이 동시에 코웃음을 쳤다.
“내 딸?”
“그래서 사람을 죽여도 된다는 거야?”
그 말이 복도에 떨어졌다.
엄마의 눈이 번쩍 뜨였다.
“내가 죽을 뻔했다고요.”
복도 공기가 멈췄다.
엄마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또렷했다.
“내 딸이 아니었으면 나 그때 죽었다고요.”
잠깐 정적이 흘렀다.
“내가 그렇게 도와달라 할 땐 들은 척도 안 하더니.”
엄마의 숨이 조금 더 거칠어졌다.
“오빠 취급도 안 하던 사람들이.”
“왜 이제 와서 이러는 거예요?”
고모들 얼굴이 굳었다.
“언제부터 우애가 좋았다고.”
엄마가 짧게 숨을 내쉬었다.
“하아… 기도 안 차서.”
큰고모가 이를 악물었다.
“그래도 동생은 죽었어.”
엄마의 눈이 번쩍 흔들렸다.
“내가 죽었어야 했어요?”
그 말이 복도 바닥에 떨어졌다.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엄마의 눈빛이 더 날카로워졌다.
“그만들 가세요.”
잠깐의 침묵.
“한 번만 더 찾아와서 현숙이한테 윽박지르고 협박하기만 해 봐요.”
엄마의 목소리가 낮게 떨어졌다.
“싹 다 당신네들 고소할 거니까.”
그리고 마지막 말을 던졌다.
“알아들었으면 당장 꺼져.”
그 순간 병실 문들이 하나둘 열렸다.
사람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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