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울음을 데리러 온 저녁

문을 두드린 작은 방문자

by Helia

미미는 멈추지 않았다.
바늘 끝이 천을 통과했다. 실이 따라오며 조용히 길을 만들었다. 한 땀, 또 한 땀. 방 안에는 바늘이 지나가는 작은 소리만 이어졌다.
맞은편 소파에는 곰이 앉아 있었다.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싼 채였다. 김은 이미 가늘어졌지만 곰은 잔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었다.
잠시 후 곰이 입을 열었다.

“미미 씨.”

미미는 바늘을 잠시 멈췄다.

“네.”

곰은 찻잔을 내려다본 채 말했다.

“하나…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말해 보세요.”

곰은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

“겨울을 지나고 깨어났는데요.”

잠깐 말을 고르더니 다시 말했다.

“숲이 아주 잘 돌아가고 있더군요.”

곰은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없어도요.”

미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곰은 잠시 창 쪽을 바라보았다.

“나는 내가 이 숲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곰이 천천히 말했다.

“눈이 많이 쌓일 때도, 물이 넘칠 때도… 내가 이 숲의 어른이라고 믿고 있었지요.”

곰의 손이 찻잔을 조금 더 세게 쥐었다.

“그런데 이번 겨울을 지나고 나니…”

곰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내가 없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잠깐 정적이 흘렀다.
곰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아주 작게 말했다.

“나는… 정말 필요한 존재였을까요.”

그 말이 떨어지자 곰의 눈이 젖었다.
곰은 눈을 감았다.
한 방울이 떨어졌다.
그 순간이었다.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미미가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곰은 움직이지 않았다.
눈물이 더 흘러내렸다.
미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랍을 열어 손수건을 하나 꺼냈다.
그리고 곰에게 내밀었다.
곰은 잠깐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하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미미는 손수건을 곰의 손 위에 조용히 얹어 주었다.

“괜찮지 않은 것 같아요.”

곰은 결국 손수건을 쥐었다.
눈을 눌렀다.
숨이 조금 흔들렸다.
그때 문에서 다시 소리가 났다.

똑똑.

이번에는 조금 더 조심스러운 노크였다.

“잠깐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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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쌓습니다. 기억과 계절, 감정의 결을 따라 걷는 이야기꾼. 햇살 아래 조용히 피어난 문장을 사랑합니다." 주말은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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