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사랑과 죽음의 경계

보이지 않는 그림자

by Helia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윤은 그에게 연락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자신의 시간을 조금씩 갉아먹기 시작한다는 걸
아직 몰랐다.

“오늘… 잠깐 볼 수 있어요?”


메시지는 짧았다.
답장은 더 짧았다.


“지금 나갈게요.”


문장을 읽는 순간, 이상하게도 안도감이 먼저 스며들었다. 두려움은 그 뒤에서 천천히 따라왔다. 해윤은 병원 복도를 걸어 나왔다. 형광등 불빛이 바닥에 길게 늘어져 있었다. 밤 근무 간호사가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자동문이 열리며 차가운 공기가 밀려왔다.
그리고 그가 서 있었다.


정이현.
가로등 아래, 그림자를 밟고 서 있는 사람.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움직임 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해윤은 몇 걸음 앞에서 멈췄다.
심장이 조용히 속도를 올렸다.
정이현이 먼저 다가왔다.


“괜찮아요?”


짧은 질문.
해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은 그렇게 나왔지만, 몸은 아직 병원 침대 위에 남아 있는 것처럼 느렸다.
정이현의 시선이 해윤의 얼굴을 따라 천천히 내려갔다.


“다쳤다면서요.”


해윤의 눈이 멈췄다.


“… 어떻게 알아요?”


그녀는 아무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다.
정이현은 잠깐 시선을 비켰다.


“그냥… 느낌이요.”


그 말은 가볍게 떨어졌지만, 공기 속에 가라앉지 않았다. 바닥에 닿지 못한 채 중간에 떠 있었다.
해윤은 한 박자 늦게 핸드폰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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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쌓습니다. 기억과 계절, 감정의 결을 따라 걷는 이야기꾼. 햇살 아래 조용히 피어난 문장을 사랑합니다." 주말은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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