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죽는다
해윤은 자신도 모르게 정이현에게 달려가 안겼다. 생각이 발목을 잡기도 전에 몸이 먼저 결정을 내렸다. 몇 걸음의 거리가 종잇장처럼 접혔다. 그의 품에 닿는 순간, 숨이 한 박자 늦게 따라왔다. 셔츠 천이 손가락 사이에서 미세하게 울었다. 해윤은 옷깃을 놓지 못했다. 잃어버린 물건을 겨우 손에 쥔 사람처럼 힘이 들어갔다.
정이현의 몸이 잠깐 굳었다가, 아주 조심스럽게 풀렸다. 그의 손이 해윤의 어깨 위에 얹혔다. 무게감이 없는 손길인데도, 닿는 자리만 또렷해졌다.
“해윤 씨…”
낮은 목소리. 그 한 음절이 귀가 아니라 몸 안쪽을 건드렸다. 해윤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작게 중얼거렸다.
“… 찾았어요.”
그 말은 고백이라기보다 확인이었다. 정이현이 숨을 삼켰다.
“저를요?”
해윤이 대답하려는 순간, 핸드폰이 짧게 진동했다. 품속 온기가 끊기며 공기가 차가워졌다. 해윤은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모르는 번호. 화면을 여는 손끝이 망설임 없이 움직였는데, 첫 문장을 보는 순간 뼈가 순간적으로 식는 느낌이 들었다.
그를 사랑하지 마.
두 번째 진동이 곧바로 덮쳤다.
그를 만나지 마.
세 번째.
그는 네가 알던 이헌이 아니다.
해윤의 시선이 흔들렸다. 정이현의 얼굴이 화면 밖에서 흐릿해졌다. 마지막 문장이 도착했을 때는 숨이 한 번에 꺼졌다가 다시 켜지는 느낌이었다.
그를 사랑하면 네가 죽는다.
해윤은 본능적으로 주변을 훑었다. 골목은 조용했다. 가로등 아래 바닥에 맺힌 먼지들만 제자리에서 반짝였다. 누군가 숨어 있을 만한 차량도, 발걸음 소리도 없었다. 그런데도 피부가 먼저 ‘시선’을 알아차렸다. 목덜미가 서늘했다.
정이현이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해윤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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