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everything needs a reason

이유 없는 마음도 마음이다.

by Helia

우리는 너무 많은 것에 이유를 요구하며 산다. 왜 좋아했는지, 왜 싫어졌는지, 왜 그때 울었고, 왜 지금 웃는지를 끊임없이 설명해야 한다. 대답할 수 있어야 어른 같고, 논리적이어야만 그 감정은 ‘정당한’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나는 종종 그런 질문 앞에서 멈칫하게 된다.
좋아한 이유는 몰랐다. 그저 좋았을 뿐이었다.
싫어진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마음이 어딘가 불편했을 뿐이다.
때로는 이유 없이 울고 싶고, 그냥 조용히 있고 싶은 날이 있다.
설명이 불가능한 감정들이 있다. 그건 이상한 게 아니라, 인간적인 일이다.

**“그냥”**이라는 대답은 왠지 미성숙한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가장 진실에 가까운 말이다. 이유를 억지로 만들지 않아도 되는 감정,
그 자체로 충분히 존중받아야 할 순간이 있다.

어릴 땐 이유 없이 좋아하는 것들이 많았다.
비 오는 날의 냄새, 이름 모를 들꽃, 물끄러미 창밖을 보는 시간.
그땐 설명보다 감각이 먼저였고, 분석보다 기분이 앞섰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모든 걸 ‘이해’하려고 한다.
사랑도, 상처도, 이별도, 심지어 내 기분까지도.
그런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 감정이 틀린 걸까?

살다 보면 설명되지 않는 장면들이 있다.
누군가의 다정함이 뼈아프게 느껴지기도 하고,
아무 말 없이 걷던 시간이 이상하게 위로가 되기도 한다.
논리와 상관없이 마음이 반응하는 일들.
그건 본능이고, 그 본능은 틀린 적이 거의 없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이유가 있어야만 움직일 수 있다고 배워왔다.
“이유 없는 행동은 무책임하다”,
“계획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
“사랑에도 이유가 필요하다.”
그런 말들이 우리를 자꾸 조급하게 만든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감정은, 대개 이유 없이 찾아오고
이유 없이 사라진다.
억지로 설명하려다 오히려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놓치게 된다.

어쩌면 가장 솔직한 감정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제, 조금은 용기 내어 말하려 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런 날이야.”
“그냥 걷고 싶었어.”
“그냥, 네 생각이 났어.”

Not everything needs a reason.
그 말을 스스로에게 허락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자유로워졌다.
이유를 묻지 않기로 한 날, 나는 비로소
그냥 나답게 숨 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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