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와 함께 넘긴 책장들
추천곡: 바흐 – Prelude in C Major, BWV 846
자격증 시험이 며칠 남지 않았다.
아침을 대충 넘기고 향한 동네 카페,
늘 그렇듯 창가 자리에는 누군가 이미 앉아 있었고
나는 그 옆 테이블에 가방을 풀었다.
카페 안은 바쁘게 움직이는 손끝들과
조용한 숨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커피머신이 우는 소리를 따라
공부하는 사람들 사이로 스르르 퍼지는 음악.
그날은,
바흐의 Prelude in C Major였다.
처음엔 몰랐다.
하지만 음이 차곡차곡 쌓여가자
무언가 다르게 느껴졌다.
그 단단한 코드와 정직한 흐름이
나를 조용히 붙들어 앉혔다.
지우개 가루가 흩어진 책상 위,
형광펜이 지나간 줄들이
피아노 음에 맞춰 다시 살아나는 것만 같았다.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던 나는
조금씩 호흡을 고르기 시작했고,
지끈거리던 이마도
슬며시 이완되었다.
이 곡은 위로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곁에 서 있다.
속 깊은 말을 하지 않지만
말보다 확실한 온기로 옆에 있는 사람처럼.
그게 바흐다.
자격증 공부는 생각보다 벅찼고,
앞날은 여전히 막막했지만
이 음악은 그런 나를 몰아세우지 않았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그 단순한 진실을 잊지 않게 해 주었다.
한 모금 남은 라테가 식어 있었고
창밖에는 비가 올 듯 말 듯
회색 구름이 고요하게 깔려 있었다.
하지만 내 안은,
고요 속에 리듬이 생기고 있었다.
언젠가 이 카페의 이 자리에서
오늘을 떠올릴 날이 올까.
지금 내가 바흐와 함께 넘긴 책장들,
낙서 같은 메모들,
그리고 이 음악이 감싸주던 마음까지.
음악은 언젠가 잊히겠지만,
그때의 나를 만들어준 순간은
어딘가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을 것이다.
나는 바흐를 다시 재생하며
다시 연필을 들었다.
“조금만 더. 오늘 하루만큼은,
넘기고 싶지 않은 페이지로 남게 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