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무언가를 안고 걷는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 그만 놓아. 너무 힘들잖아.”
“어차피 지난 일이야.”
“잊어. 그래야 편해.”
하지만 정말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가끔 두 손을 번쩍 들어 보인다.
“봐, 나 아무것도 안 들었어.”
그런데도 어깨가 무겁다. 숨이 짧고, 발걸음이 느리다.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은 손으로도
무언가를 품고 걸어간다.
보이지 않는 짐들이 있다.
말 못 한 후회, 돌아오지 않는 이름,
누군가에게 끝내 전하지 못한 마음,
나조차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감정들.
그것들은 손에 들 수는 없지만,
마음속 어딘가에 가방처럼 달라붙어 따라다닌다.
사람들은 ‘지나갔다’는 말을 쉽게 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어떤 계절의 냄새를 맡으면
그 사람의 뒷모습이 떠오르고,
어떤 말투를 들으면 가슴이 조여 온다.
분명 끝난 줄 알았는데,
왜 나는 아직도 그 감정을 안고 있을까.
무거운 짐은 꼭 슬픔만은 아니다.
어떤 짐은 사랑이고, 어떤 짐은 책임이고,
어떤 건 내가 끝내 지켜내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한 미안함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것들을 가만히 품고 걷는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서도, 일부러 끌어안고 싶어서도 아니라
그것들이 내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스스로에게 자주 묻는다.
“지금 이 순간, 네가 들고 있는 건 뭐야?”
어떤 날은 용기였고,
어떤 날은 상처였고,
어떤 날은 그냥, 한숨 하나였다.
하지만 그 모든 걸 안고도 나는 걷는다.
비록 느리고, 때로는 멈춰 서기도 하지만
나는 매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왜냐하면, 그 짐들을 버리지는 못하더라도
그 무게에 길들여져 가는 법을 배워가고 있으니까.
살면서 누구나 하나쯤은 그런 짐을 안고 산다.
말은 하지 않지만, 표정 속에 스며 있고
손끝에, 눈빛에, 걸음걸이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무게를 정확히는 모르지만,
때때로 느낄 수 있다.
“아, 저 사람도 뭔가를 안고 있구나.”
나는 오늘도 빈손으로 걷는다.
하지만 나 혼자만 아는 무언가를 꼭 안고 있다.
누군가의 웃음, 나의 미련,
잃어버린 계절, 이제는 꺼내지 않는 오래된 다짐.
모두 다 버릴 수 없는 마음의 짐들.
그리고 언젠가는,
이 짐들이 나를 무겁게 짓누르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나를 지탱해 주는 뿌리가 되어줄 거라고 믿는다.
한때는 눈물로, 후회로만 남았던 것들이
결국에는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거라고.
What I carry, even when I walk empty-handed.
그건 나를 아프게도 만들고,
나를 끝까지 버티게도 만들어주는
내 인생의 가장 조용한 무게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안고 걷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