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그대로였지만 나는 달라져 있었다.
그날, 나는 평소처럼 길을 걷고 있었다.
늘 걷던 거리, 늘 보던 하늘이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하늘이 낯설었다.
그렇게 높고 파랗기만 하던 하늘이
그날따라 어쩐지 무겁고, 흐릿하고, 불안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았지만, 마음에는 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
별다른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다.
단지, 마음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이 그렇게 쉽게 변할 수 있다는 걸,
아무 말 없이 멀어지는 사람을,
내가 아무리 붙잡고 싶어도 소용없다는 걸,
그날 깨달았다.
그건 이해나 분노가 아니라,
그저 조용한 체념이었다.
그 순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동안 하늘은 언제나 위로였다.
벅찬 날에도, 외로운 날에도,
나는 하늘을 보며 스스로를 달래곤 했다.
하지만 그날의 하늘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괜찮아?” 하고 묻는 대신,
“이제 너도 알겠지.” 하고 말하는 듯했다.
어쩌면 하늘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내가 달라진 거였는지도 모른다.
같은 하늘 아래, 같은 거리였지만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삶이 조금씩 무너지고,
믿었던 것들이 조용히 사라질 때
사람은 그렇게 변한다.
표정이 바뀌고,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풍경을 보는 눈빛이 달라진다.
그날 이후 나는 같은 하늘을 보며
조금 더 조심스러워졌다.
기억이라는 건, 풍경을 감정에 따라 덧칠하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나는 어떤 하늘은 바라보지 않고 지나쳤다.
눈을 감은 채 걷기도 했다.
괜히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그날의 마음이 다시 떠오를까 봐.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그 길을 걷게 되었을 때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 하늘은 여전히 맑고, 푸르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서 있는 나도, 예전보다 조금 더 괜찮아져 있었다.
이제는 안다.
그날의 하늘이 달라 보였던 이유는
하늘이 달라서가 아니라,
내 마음이 너무 아파서였다는 걸.
세상은 그대로였는데,
내 안이 너무 많이 달라져 있었던 거다.
그래서 어떤 하루는 하늘조차 다르게 보인다.
그건 특별한 일이 일어난 날이기도 하고,
아무 일도 없었지만 마음이 무너진 날이기도 하다.
그런 날의 하늘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사진보다도, 말보다도 더 선명하게.
그리고 가끔은 생각한다.
그날의 하늘이 나를 보며 조용히 묻고 있던 질문에
나는 아직도 완벽한 대답을 찾지 못했지만,
그날 이후로 더 잘 울고, 더 잘 걷게 되었다고.
이제는 그 하늘을
조금 더 다정한 눈으로 올려다볼 수 있게 되었다고.
Even the sky looked different that day.
세상은 그대로였지만,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걸 가장 먼저 알아차린 건,
늘 내 곁에 있었던 그 하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