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yin's shoes

현실은 멈췄고, 마음만 여행 중이었다

by Helia

Rumer의 노래를 듣던 어느 늦은 밤,
귓가에 맴도는 가사가 유난히 낯설게 들렸다.
"Days full of rain / Sky's comin' down again."
그 문장은 마치 내 오늘을 꿰뚫듯 조용히 스며들었다.

비 오는 오후처럼 무거운 하루.
계절이 바뀌는 줄도 모르고 바쁜 척 살아온 날들 속에서
나는 어쩐지 멀리 가고 싶어졌다.
이 도시도, 이 방도, 이 삶도
내가 선택했던 것이었는지 묻고 싶을 만큼
낯설고 답답했다.

누구나 가끔 그런 순간을 맞이하지 않을까.
아무 이유 없이 무겁고,
딱히 힘든 일은 없지만 어딘가가 계속 텅 빈 것 같은 느낌.
그럴 땐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이
고장 난 레코드처럼 머릿속을 맴돈다.

Rumer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따뜻하지만,
그 안에는 슬픔보다 더 깊은 무언가가 있다.
기다림, 체념, 혹은 비어 있는 희망.
"Flying Shoes"는 단지 떠나고픈 마음을 노래하는 게 아니라
떠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꿈꾸는 감정을 껴안고 있다.

나도 그랬다.
비행기를 타고 어딘가 멀리,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다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던 날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매일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화면을 바라보고,
같은 말을 반복하며 살아갔다.
그게 현실이니까.
그게 어른이니까.

그럼에도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날 수 없는 날개'를 등에 달고,
'가지 못할 방향'을 바라보며,
오늘도 어딘가를 꿈꾼다.
그건 도망이 아니라,
내 마음이 내게 주는 작은 숨구멍 같은 것.
도착하지 못하더라도
마음은 날아갈 수 있다는 걸
이 노래가, 그 밤이, 나에게 속삭여주었다.

때로는 음악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이해해 줄 때가 있다.
"Flying Shoes"를 듣는 그 몇 분 동안,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어딘가에 나처럼 떠나고 싶지만 머무르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
그 사람들도 어쩌면,
오늘 밤 나처럼,
자기만의 'flying shoes'를 신고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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