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장|내일, 너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사라진 인연에게 보내는 조용한 기다림의 노래

by Helia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의
"Morgen!" Op. 27 No. 4 (내일!)


햇살이 드물게 스며든 오후, 카페 창가에 앉아 커피잔을 들고 있으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혹시 지금, 어디선가 너도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잊었다고 생각했던 얼굴이, 불쑥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이유도 없이. 계절이 바뀌어서일까. 아니면, 오늘처럼 날씨가 조금 따뜻해서?

그 사람과 마지막으로 나눈 인사는 오래전 일이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어딘가에 남은 온도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다시 연락하고 싶다는 말은 참았고, 보고 싶다는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오래, 여전히 그 사람을 생각하게 되는 걸까.

클래식 곡 하나가 흘러나왔다.
슈트라우스의 《Morgen!》, 그러니까 ‘내일’이라는 곡이다.
가사 중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그리고 내일 다시 만나겠지요 / 우리는 다시 함께 걸을 거예요 / 사랑을 담아 이 고요한 땅을"

가만히 귀 기울이다 보니, 마음속에 오래 감춰뒀던 말들이 떠올랐다.
‘내일, 너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땐 조금 다르게 말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어쩌면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것뿐일지도 모른다.
서로를 좋아했지만, 표현하는 방식이 달랐고,
기다리는 시간과 놓는 시간이 어긋났던 것뿐.
그래서 끝이 났지만, 끝이라고 말할 수 없었던 마음.

누군가는 말했다.
"다 지나가. 시간이 해결해 줘."
정말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주는 걸까.
아니,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감정이 있다는 걸, 나는 이제야 안다.

잊지 못한 게 아니라,
기억하고 싶어서 남겨둔 것.
보고 싶은 마음은 나의 몫으로만 남겨놓기로 한 것.
그것이 미련이든 사랑이든, 그냥 그렇게 두기로 한 것이다.

《Morgen!》을 들으며,
나는 아직 그 사람을 향한 한 조각의 따뜻함을 품고 있다는 걸 느낀다.
연락하지 않아도, 다시 만나지 않아도,
그 사람의 안부를 마음속으로 조용히 묻고 있는 나를.

그래서 이 곡이 좋다.
거창하지도, 드라마틱하지도 않은,
하지만 조용히 마음을 두드리는 이 한 곡.

내일이 온다면,
꼭 다시 만나야겠다는 마음보다
그저 오늘보다 조금 더 괜찮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주 앉아 말없이 함께 커피를 마실 수 있다면,
아무 말 없어도 괜찮을 만큼 편안한 거리를 둘 수 있다면.

그날이 온다면,
나는 당신에게 조심스레 인사를 건넬 것이다.

“내일, 또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