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장|불협화음이 전하는 라벨への 속삭임

프랑스 인상파 위에 선 현대의 불씨

by Helia

『Frictional Counterpoint No.1』**미노루 마키(牧野ミノル)


“이 곡, 진짜 이상하지 않아?”
아는 언니가 한쪽 이어폰을 내 귀에 끼워주며 말했다.
그날은 가을의 초입이었고, 우리는 오래된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따뜻한 홍차 한 잔을 손에 쥔 채, 언니는 무심한 듯 말을 던졌다.
“나 대학 다닐 때, 자주 듣던 곡이야. 1987년에 만들어졌대.”

낯선 현악기 소리가 흘러나왔다. 규칙도, 멜로디도 명확하지 않았다. 뭔가 비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마찰’ 같았다.
음들이 서로를 피해 다니는 듯, 부딪히는 듯, 서로를 피하면서도 묘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나도 모르게 멍하니 이어폰 너머 그 소리에 집중하게 되었다.

“마찰대위법이라는 거 들어봤어?”
“아니, 그런 게 있어?”
“응. Frictional Counterpoint. 완벽한 조화가 아니라, 불협화로 이루어진 음악. 일부러 충돌을 만든대.”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불협화로 이루어진 음악. 일부러 충돌을 만든다.
왜 누군가는 일부러 부딪히는 소리를 만들었을까. 왜, 조화가 아니라 갈등을 선택했을까.

그날 이후, 나는 그 곡을 자주 찾아 들었다.
처음에는 이해하려고 했다. 무언가가 들릴까, 멜로디가 보일까, 해석이 가능할까. 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이 곡은 ‘해석’의 대상이 아니라 ‘체험’의 대상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불편함과 어색함을, 고요히 껴안는 일.


---

그 곡을 들으며 나는 나 자신을 자주 떠올리곤 했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늘 ‘조화롭지 못한 아이’였다. 눈치 없이 웃거나, 분위기를 망치거나, 말보다 침묵이 더 편한 아이. 모두가 좋아하는 노래를 따라부르지 못했고, 유행에 늦었고, 늘 조금씩 어긋난 시간과 감정 안에 있었다.

하지만 그 곡은 그런 나에게 처음으로 이렇게 말해주는 듯했다.
"괜찮아. 네가 내는 소리도 음악이야."


---

나는 종종 인생을 음악에 비유하곤 한다.
누군가의 삶은 클래식처럼 흐른다. 질서 있고, 화음이 있고, 예상 가능한 감정의 흐름이 있다. 하지만 또 어떤 이들의 삶은 이 곡처럼, 충돌과 엇박자와 불협음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말이 막히고, 감정이 삐걱이고, 관계가 틀어지고.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누군가를 만나고, 예고 없이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하고.
어디선가 실패하고,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현실에 머리를 부딪치기도 한다.

그럴 때, 사람들은 묻는다.
“왜 그렇게 사니?”
“좀 더 잘 어울릴 수는 없었어?”
“왜 그렇게 불편하게 만들어?”

그러나 인생이 언제나 조화롭기만 한가.
우리는 언제나 충돌 속에 살아간다.
자기 자신과의 마찰, 사회와의 마찰, 감정과 이성 사이의 마찰.
그런 점에서, 1987년생 이 실험 음악은 내게 인생 그 자체였다.
완벽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진짜인.


---

아는 언니는 졸업 후 지방으로 내려갔다.
소식이 끊긴 건 아니지만, 자주 연락하진 않는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내게 남긴 말이 있다.

“너는 조화를 포기한 게 아니라, 다른 방식의 균형을 만드는 중이야.
불협화도 결국 조율될 수 있어.
그게 네 감정이고, 네 삶이라면.”

그 말은 나를 오래도록 울렸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던 것.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문장.
그녀는 그 곡처럼, 낯설지만 나를 진심으로 안아주던 사람이었다.


---

언젠가 피아노 앞에 앉아 나만의 곡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화음을 위한 노래가 아닌, 불협을 담은 이야기.
그 안에 내가 있고, 내 친구가 있고, 내 엄마, 내 아이, 그리고…
지금은 멀어진 사람들도 담겨 있다면,
그 곡은 나의 고백이자 용서가 될 수 있을까.


---

1987년에 만들어진 이 이상한 곡이 나에게 준 건, 음악 그 이상의 것이었다.
‘마찰의 조율’이라는 개념.
그 속에 담긴 삶의 방식.
그리고 그걸 함께 들어준, 한때 내 옆에 있었던 사람의 온기.

나는 아직도 그 곡을 듣는다.
어지럽고, 낯설고, 불편하다.
하지만 내 삶도 그렇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그 곡은 내 인생의 사운드트랙으로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