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이야기를 마치며

달이 잠든 곳에서, 당신과 함께 걸었습니다

by Helia

처음 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을 때, 제 안에 남아 있던 많은 감정들이 고요하게 잠들어 있었습니다. 잊으려 했던 얼굴들, 외면했던 마음들, 지나간 시간을 감싸 안은 그리움들이 말없이 웅크리고 있었지요. 하지만 다온과 이현, 그리고 선우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며, 저는 그 감정들의 이름을 다시 하나씩 불러보았습니다.

『달이 잠든 곳에서』는 단지 사랑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이건 끝나버린 사랑의 흔적을 껴안고도 다시 삶을 걸어가는 한 사람의 성장 이야기였고, 아픔을 품은 채 조용히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작은 위로의 노래였습니다.

다온은 한때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상실을 겪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갑작스레 닫혀버린 미래, 그리고 그와 함께 나누었던 모든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도시. 그녀는 그 도시를 떠나지 않았고, 그 거리를 걸었으며, 결국 그곳에서 다시 살아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과정은 결코 빠르지 않았습니다.
사랑은 어느 날 갑자기 끝나지 않듯, 아픔 또한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계절은 바뀌고, 시간은 흐르고, 사람은 다시 살아갑니다.
선우는 그녀 곁에 말없이 서 있었습니다.
기억을 지우지 않으려 애쓰지도 않았고, 누군가를 대신하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말없이 함께 걷고, 웃고, 한 계절을 함께 지나며, 새로운 마음을 일구어 갔습니다.

그리고 독자인 여러분 역시 이 모든 과정을 함께 겪어주셨습니다.
때로는 다온의 마음에 공감하며 눈물 흘려주셨고, 때로는 선우의 조용한 배려에 미소 지으셨으며, 이현의 깊은 그리움에 가슴을 저미셨지요.
그렇게 한 회, 한 회 완주해 주신 모든 발걸음 위에 저는 진심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드립니다.

‘달이 잠든 곳에서’라는 제목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저에게도 하나의 상징이었습니다.
잊지 못하는 감정, 여전히 밤마다 떠오르는 얼굴,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마음들.
그 모든 것들이 ‘달’처럼 존재한다고 믿었습니다.
멀리 있고 닿지 않지만, 밤이면 늘 머리 위에 있고, 조용히 세상을 비추는 존재.
그 달이, 잠들 수 있다면.
그 달 아래에서도 사람이 다시 살아갈 수 있다면.
그런 희망을 담고 싶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이현이 다온에게 직접 다가오지 않고, 공항에서 조용히 그녀에게 연락을 취하는 장면으로 마무리한 이유 역시 그 때문입니다.
삶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고, 모든 이별이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않습니다.
다온은 이미 자신의 삶을 선택했고, 그 선택 안에서 새로운 온기와 숨결을 만들어가고 있지요.
하지만 과거는 종종 다른 이름으로, 다른 방식으로 다시 문을 두드립니다.
그 순간, 우리는 다시 한번 묻게 됩니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나는 나를 지켜내고 있는가.”

저는 이 작품을 통해 다온이 그런 질문 앞에서 흔들리되 무너지지 않기를 바랐고, 마침내는 ‘지금의 나’를 선택하길 바랐습니다.
완벽한 해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을 다 읽은 여러분의 마음 어딘가에도, 조용히 스며드는 결심이 하나 생겼다면.
다온처럼 ‘괜찮다’고 속삭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면.
그것만으로 이 이야기는 충분히 제 역할을 다했다고 믿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까지 함께 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저는 다시 밤을 지납니다.
창밖엔 달이 떠 있고, 오늘도 그 빛은 조용합니다.
언젠가 다시, 다른 이야기로 만나게 되기를.
당신의 삶이 언제나 평안하길 바랍니다.

― 헬리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