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침이 한 칸 움직이기 전에
추천 클래식
Franz Liszt – “La Campanella”
초침이 한 칸 움직이기도 전에, 세상이 등을 떠밀었다.
발밑이 약간 흔들리고, 심장이 귀 옆에서 쿵쿵 울린다.
버스 문이 닫히려는 찰나, 발을 내딛을지 말지 망설이는 그 1초.
그 짧은 숨 사이에, 기회는 멀어진다.
플랫폼 끝에 서서 달려오는 기차를 바라본다.
눈앞에서 바람을 가르며 스쳐가는 금빛 문,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지만, 조금만 늦으면 사라진다.
내 발목을 붙잡는 건 두려움,
내 등을 미는 건 심장 박동이다.
삶은 종종 노란 불조차 켜주지 않는다.
초록에서 곧장 빨강으로.
신호가 바뀌었음을 인지하기도 전에
도로 위는 이미 멈추거나 달리고 있다.
그 틈에서 살아남으려면,
생각보다 감각이 먼저 달려야 한다.
머뭇거림은 부드러운 담요처럼 나를 감싸지만,
그 안에서 기회는 서서히 식어간다.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말은,
사실 내 마음속에 숨은 ‘아니요’ 일지도 모른다.
창문 너머로 흘러가는 풍경처럼,
결정은 한 번 놓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물론 발을 내디딘 모든 길이 환하게 빛나진 않는다.
때로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비바람 속을 걷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그 길은 내 발자국을 남긴다.
가만히 서 있던 자리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나는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다
수많은 장면을 놓쳤다.
꽃이 피는 순간을 보려고 나갔지만,
이미 꽃잎은 바닥에 흩어져 있었고,
인사를 하려고 돌아봤을 땐,
그 사람은 모퉁이를 돌아 사라진 뒤였다.
이제는 조금 서툴더라도,
구두 한 짝이 벗겨진 채로라도,
문이 열렸을 때 뛰어든다.
기차가 덜컹이며 출발하는 그 순간,
바람과 함께 나를 실어가는 속도를 믿는다.
다음번,
세상이 또 한 번 나를 재촉한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을 거다.
초침이 울음을 삼키기 전에,
내 발은 이미 공중에 떠 있을 것이다.
머뭇거릴 여유가 어딨겠어.
지금이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