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프롤로그

피 비린 내 나는 꿈

by Helia

나는 그녀에게 두 번 죽는다.
전생에서 한 번, 그리고 이번 생에서 또 한 번.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꿈속의 나는 단 한 번도 저항하지 못했다.

칼끝이 심장을 깊게 파고들었다.
순간, 뜨겁게 달아올랐던 열이 한순간에 차갑게 식어갔다.
숨을 들이마시려 했지만 공기는 피비린내로 가득했고, 목구멍에서 철맛이 번졌다.
눈앞이 어둠으로 물들어가는데, 그 와중에도 그녀의 눈빛만은 선명했다.

붉게 물든 달빛 아래, 그녀는 피 묻은 칼을 움켜쥐고 서 있었다.
하얀 소매는 붉은 얼룩으로 무너졌고, 뺨을 타고 흐른 눈물 한 줄기가 내 볼에 떨어졌다.
차갑고 뜨거운, 모순된 감촉.

“이건… 너 때문이야.”
울음과 속삭임이 뒤섞인 목소리가 귓속에 깊게 박혔다.
그 속에는 증오와 사랑이 동시에 들어 있었다.

피가 발목까지 차올랐다.
불타는 대문, 기와지붕 위로 솟구치는 불길, 연기에 휩싸여 쓰러진 사람들.
그 얼굴들은 낯설지만 이상하게 익숙했다.
아버지, 어머니, 형제들… 아니, 그건 내 가족이 아니었다.
그녀의 가족이었다.
나는 왜 그 한가운데 서 있었을까.
왜 그녀의 칼끝이 나를 겨누고 있었을까.

의문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의식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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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현 씨, 괜찮아요?”
어깨를 흔드는 손길에 눈을 떴다.
숨이 가쁘게 몰아쳤고, 셔츠는 땀에 젖어 달라붙었다.
창문 틈으로 스민 새벽빛이 흐릿하게 방 안을 채웠다.

꿈이었다.
하지만 너무 선명했다.
피비린내, 불길의 열기, 그녀의 눈물까지.
방금 전까지 그 시대에 살다 온 사람처럼 모든 감각이 생생했다.

이건 처음이 아니었다.
몇 달째 같은 꿈이 반복됐다.
달빛, 피, 그리고 그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인데, 오래전 내 삶 깊숙한 곳에 있었던 사람처럼 익숙했다.

오늘따라 꿈의 잔향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손바닥은 여전히 젖어 있었고, 심장은 불규칙하게 뛰었다.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확신이 들었다.

오늘, 현실에서 그녀를 만나게 될 거라는.
그리고 그 순간—
그 칼끝이 다시, 나를 향하리라는.

수,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