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낯선 여자의 눈빛

by Helia

그녀가 현실에 나타난 건, 내가 준비할 틈도 주지 않은 순간이었다.
회의를 끝내고 로비로 내려가던 길, 사람들 사이가 미묘하게 갈라졌다.
한 여자가 들어섰고, 공기가 서늘하게 식었다.
그 감각은 설명할 수 없었지만, 나는 그 순간 이미 알고 있었다.
꿈속의 그녀였다.

빛이 닿는 각도마다 표정이 변하는 얼굴.
날카롭지만 어딘가 슬픈 눈매, 단정하게 묶인 머리칼 아래로 떨어지는 시선.
그녀의 발소리가 로비 바닥을 톡, 톡, 톡 울릴 때마다, 내 심장이 그 리듬을 따라 불규칙하게 뛰었다.

직원과 짧은 대화를 나눈 뒤, 그녀는 회의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우리 시선이 부딪쳤다.
주변 소음이 가위질당하듯 사라지고, 오직 그녀의 눈빛만이 내 세계를 채웠다.

그것은 단순한 인사도, 무심한 시선도 아니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나를 알고 있었고, 나를 기다려왔다는 듯한 눈빛.
그 안에는 증오, 슬픔,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그리움이 엉켜 있었다.

나는 무심코 입을 열었다.
“혹시… 우리 만난 적 있나요?”
내 목소리가 생각보다 떨렸다.

그녀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 눈동자가 미묘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곧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처음 뵙는데요.”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어딘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끝이 있었다.
그 떨림이 이상하게도 심장을 조여왔다.

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나는 멀어지는 뒷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검은 코트 자락이 회전문을 통과하며 사라지는 순간, 공기가 툭 끊어졌다.

그때, 휴대폰이 짧게 진동했다.
모르는 번호에서 온 메시지.
[그녀를 멀리하세요.]
딱 그 한 줄이었다.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반응했다.
곧바로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은 되지 않았다.
메시지를 다시 확인하려던 순간, 화면 위 글자가 번져 사라졌다.
마치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등줄기를 타고 한기가 내려갔다.
그리고 그때—
“우리, 잠시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서 있었다.
형광등 불빛 아래였지만, 그 눈빛만은 꿈속 그대로였다.
그녀의 손끝에서, 무언가 은빛이 스쳤다.
칼날 같기도, 열쇠 같기도 한 그것이 내 발끝까지 그림자를 드리웠다.

수,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