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전생의 그림자

by Helia

그 은빛은 분명 펜던트였다.
하지만 내 눈에는, 꿈속에서 심장을 찔렀던 칼날의 빛과 똑같이 보였다.
달 모양의 금속 안에 박힌 붉은 보석이 미세하게 흔들릴 때마다, 피비린내가 스쳤다.

“윤세현 씨 맞죠?”
그녀가 내 이름을 불렀다.
순간, 등줄기를 타고 한기가 내렸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오래전부터 불러온 이름처럼 자연스럽고 익숙했다.

“네… 그런데, 저를 어떻게—”
“여기서 일하신다고 들었어요.”
그녀는 짧게 웃었지만, 눈동자는 내 어깨너머 허공을 스쳤다.
마치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경계하는 사람처럼.

그 순간, 머릿속 어딘가에서 불씨가 튀었다.
붉은 하늘을 찢는 불길, 산산이 부서져 내리는 기와지붕.
숨을 태우는 열기와 콧속을 찌르는 탄 냄새, 귀를 찢는 비명.
그 혼돈 속에서 그녀가 걸어왔다.
소매 끝이 피로 물든 채, 손에 쥔 칼끝이 달빛을 머금고 있었다.
심장이 쪼개지는 듯한 고통과 함께, 모든 소리가 멎었다.

“괜찮으세요?”
현실의 목소리가 꿈속의 울림과 겹쳤다.
숨이 가쁘게 몰아치고, 손끝이 서늘하게 떨렸다.

“혹시… 우리 예전에 만난 적 있나요?”
내 질문에 그녀는 잠시 눈을 가늘게 뜨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런데… 이상하죠. 처음인데,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 같아요.”
그 말이 목덜미에 차갑게 내려앉았다.

그녀는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서하린 – 법의학자〉
글자를 읽는 순간, 꿈속 불길 속에서 마지막으로 들었던 이름이 번쩍 떠올랐다. 하린…

“저한테 무슨 볼일이 있으신 건가요?”
그녀는 짧게 숨을 삼키고, 낮게 말했다.
“곧… 아시게 될 거예요.”

그녀가 등을 돌려 로비를 나서자, 공기가 한결 가벼워졌다.
하지만 마음은 전혀 가벼워지지 않았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그녀는 전생의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심장이 순간 멎은 듯했다.
문자를 다시 보려는 순간, 화면이 부르르 떨리더니 글자가 번져 사라졌다.
그리고, 내 뒤에서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떨어졌다.

“전생… 믿으십니까?”

수,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