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장|꼬리별

떠난 후에도 남는 빛

by He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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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ude Debussy – Clair de Lune


유리 조각을 흩뿌린 듯한 밤하늘 위로, 은빛의 가느다란 꼬리가 길게 흘렀다. 숨이 멎을 듯 고요한 공기 속에서, 그 빛은 사라질 듯 머물렀고, 머무를 듯 흘러갔다. 나는 순간, 세상이 멈춘 줄 알았다.

그날은 여름 끝자락의 수요일 밤이었다. 창문을 열자 풀벌레 소리가 실처럼 흘러 들어왔고, 바람은 살짝 식은 체온을 감쌌다. 평소보다 유난히 맑은 하늘이었다. 수천 개의 별들이 조용히 숨 쉬고 있었고, 그 사이로 하나의 빛이 다른 모든 별을 가르며 길게 지나갔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이건 별똥별이 아니라, 다시 돌아올 줄 모르는 ‘꼬리별’이라는 것을.

꼬리별은 오는 별이 아니라, 돌아오는 별이라고 했다. 먼 우주를 수십 년, 혹은 수백 년을 유영하다가 지구 곁을 스친다. 나의 어린 시절에 본 이 빛은, 아마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그 생각이 가슴에 차가운 물결을 남겼다. 어떤 만남은 그렇게 단 한 번 뿐이고, 다시 오지 않는다. 그래서 더 선명하게, 때로는 아프게 남는다.

나는 한동안 하늘을 자주 올려다봤다. 혹시나 그 꼬리별이 다시 나타날까 싶어서. 그러나 그날 이후, 같은 빛을 본 적은 없다. 대신 매번 다른 별들이 반짝였고, 달은 모양을 바꿔가며 떠올랐다. 처음엔 허무했다. 내가 붙잡으려 했던 것은 이미 지나가버린 빛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깨달았다. 꼬리별이 특별한 이유는 ‘드물어서’가 아니라 ‘기억 속에서 계속 빛나기 때문’이라는 것을.

기억은 묘하다. 눈앞에 있는 별보다, 오래전에 사라진 꼬리별이 더 선명하게 남는다. 그것은 마음속에서 무한히 되살아나며, 매번 다른 빛깔로 변한다. 어린 날의 나는 숨을 죽여 바라봤지만, 지금의 나는 그 빛을 ‘다시는 올 수 없는 인연’으로 받아들인다.

삶에도 꼬리별 같은 사람들이 있다. 짧게 스쳐갔지만 평생을 따라다니는 사람들. 오래 함께하지 않아도, 남겨진 빛이 사라지지 않는 인연들. 그들이 떠난 후에도, 우리는 그 흔적을 가끔 떠올리며 웃거나, 혹은 울거나, 조용히 숨을 고른다.

어떤 빛은 반짝이며 찾아오지만, 어떤 빛은 아주 희미하고 불분명하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전히, 조용히 빛나고 있다. 마치 깊은 밤 속에 숨어 있는 마음처럼.

한 번쯤은 나도 누군가의 꼬리별이 되고 싶다. 오래 머물지 않더라도, 잠시 나타나 그들의 기억 속에 부드러운 광채를 남기고 싶다. 그 빛이 그들의 어둠 속에서 길을 찾게 해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꼬리별은 말없이 가르친다. 오래 머물지 않아도 괜찮다고. 중요한 건 빛을 남기고 떠나는 일이라고. 사람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누군가의 하늘에 잠깐 빛으로 머물다 가고, 그 빛이 사라진 자리에는 새로운 별들이 피어난다.

나는 여전히 꼬리별을 기다린다. 언제 올지 모르지만, 그 기다림 자체가 나를 살게 한다. 언젠가 다시 그 빛을 본다면, 나는 지난 모든 시간을 담아 미소 지을 것이다. 그리고 그 빛이 멀어질 때, 조용히 속삭일 것이다.
“다시 오지 않아도 괜찮아. 너는 이미 내 안에서 영원히 빛나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