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처럼 스며드는 마음
추천 클래식
모차르트 – Piano Concerto No.21 in C major, K.467, 2악장 Andante
좋아한다는 건 따지고 계산하는 마음이 아니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 눈길이 오래 머무르고, 귀가 한쪽으로 쏠리고, 발걸음이 자연스레 가까워진다. 마치 햇살이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스며들어 따뜻함을 남기듯, 좋아하는 마음도 이유보다 먼저 다가와 자리를 차지한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좋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큰 설명이 된다.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 바다는 매번 다른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햇빛이 비칠 때는 은빛 비단처럼 반짝이고, 구름이 깔릴 때는 어두운 거울처럼 무게를 더한다. 물결이 부서지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복잡한 마음이 가라앉고, 바람에 머리칼이 헝클어져도 그것마저 자유처럼 느껴진다. 누군가는 불빛 가득한 도시의 소음을 좋아할 수도 있다. 끊임없이 사람들이 오가고 자동차가 달리는 길거리에서 오히려 외롭지 않다고 말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고요한 숲길을 좋아할 것이다. 나무 사이를 스치는 바람과 흙냄새 속에서 진짜 휴식을 찾는다고. 좋아하는 대상은 제각각이지만, 좋아한다는 감정이 남기는 무늬는 닮아 있다. 괜히 마음이 가벼워지고, 미소가 번지고, 평범한 하루가 특별해지는 것.
내 서랍 속에도 작은 취향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글을 쓰는 순간, 오래 걷는 산책, 따뜻한 차 한 잔. 누군가에겐 낚시가 그럴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겐 뜨개질이나 그림 그리기가 그럴 것이다. 취향은 곧 또 하나의 자기소개다. “나는 이런 걸 좋아해”라는 말속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과 고유한 색이 담겨 있다.
좋아하는 기분은 단순하다. 발걸음이 경쾌해지고, 평범한 풍경도 다르게 보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가 기묘하게 반짝인다.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지듯, 좋아하는 무언가가 하나만 있어도 삶은 덜 삭막하다. 나는 음악을 들을 때 그런 기분을 가장 잘 느낀다. 피아노 선율이 흐를 땐 뒤엉킨 생각이 정리되고, 재즈의 리듬은 가슴속 작은 불씨를 흔든다. 오래된 노래 한 곡은 문득 울컥하게 만든다. 음악은 단순한 취향을 넘어 기억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좋아한다는 건 현재의 감정만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과 맞닿아 있다.
좋아한다는 건 궁금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의 취향이 궁금해진다. 어떤 음식을 즐기는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면 웃는지. 작은 습관 하나까지도 알고 싶어진다. 좋아하는 감정은 나침반처럼 방향을 알려준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면 그가 쓴 책을 모조리 찾아 읽게 되고, 좋아하는 노래를 알게 되면 비슷한 음악을 끝없이 파고든다. 호기심이 없다면 마음도 무심한 것이다. 결국 좋아한다는 건 더 깊이 알고 싶고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다.
좋아한다는 건 또 편안함의 다른 이름이다. 억지로 대화를 이어가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고, 침묵조차 대화가 된다. 상대 앞에서 방어막이 무너지고, 있는 그대로의 내가 허용된다. 진짜 좋아하는 관계는 겉으로 드러나는 설렘보다, 곁에 있을 때 느껴지는 편안함 속에서 자란다. 좋아하는 사람과 걷는 길은 더 짧아지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보내는 시간은 두 시간이 한순간처럼 흐른다. 좋아하는 글을 쓰다 보면 새벽이 훌쩍 지나 있기도 하다. 좋아함은 시간을 삼켜버린다. 그래서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건 삶의 가장 큰 선물이다.
좋아한다는 건 삶을 물들이는 힘이다. 좋아하는 것이 없으면 세상은 무채색으로만 보일 것이다. 하지만 단 하나라도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곧 나의 삶을 색칠하는 물감이 된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어떤 취미에 몰입하는 즐거움, 음악에 젖어드는 순간들. 그것들이 모여 하루를 지탱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말할 수 있다면, 곧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할 수 있다. 좋아함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나를 증명하는 언어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 나는 무엇을 좋아했는가. 그 대답이 있다는 건 내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다. 아무리 힘든 날에도 좋아하는 것 하나가 떠오른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좋아한다는 건 결국 나를 살리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힘이다. 누군가를, 무언가를 좋아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삶에 고백하고 있는 셈이다.
좋아한다는 것은 묘한 힘을 가진다. 기분을 바꾸고, 세상을 다르게 보게 하고, 나를 웃게 하며 때로는 울게도 한다. 좋아함이란 감정들이 모여 결국 내 삶이 된다. 그렇다면 오늘,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나요? 그 대답 속에서 당신의 하루와 당신의 삶이 더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