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달픈 방랑자에게,

네가 걸어온 모든 길은 헛되지 않았다

by Helia

길 위에서 울던 너를 나는 기억한다.
역 대합실의 차가운 벤치에 앉아, 종이컵 커피를 두 손에 감싸 쥔 채, 창문 너머로 첫차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던 너. 바람은 매섭게 불었고, 발끝은 이미 얼어 있었지만, 네 눈빛만은 이상하게도 뜨거웠다. 정착하지 못한 영혼이지만, 멈추지 못하는 심장이 있었으니까.

사람들은 네게 묻는다. “왜 그렇게 떠돌아다니느냐”라고.
너는 늘 대답한다.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안다. 그 모른다는 말속에 얼마나 많은 갈망과 고백이 숨어 있는지. 네가 걷는 길은 단순히 방황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가장 솔직한 몸짓이라는 것을.

겨울밤의 역에서, 낯선 도시의 가로등 아래에서, 너는 언제나 같은 모습이었다. 두 어깨 위에는 작은 배낭 하나, 손에는 오래된 지도가 쥐어 있었고, 발걸음은 늘 어딘가를 향하지만 어디에도 닿지 못했다.
그런 너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안쓰럽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방랑은 외로움이 아니라 불씨다. 네가 흘린 눈물이 모래바람에 섞여 흔적도 없이 사라져도, 그 뜨거움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방랑자의 삶은 늘 애달프다. 낯선 여관방의 딱딱한 침대, 이름도 모르는 골목길, 지나치며 스친 얼굴들. 모두 너의 것이면서 동시에 너의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네 마음은 언제나 텅 빈 듯했지만, 그 공허함이 오히려 너를 더 멀리 데려갔다. 네 발걸음은 세계의 외곽을 따라 흘렀고, 그곳에서만 찾을 수 있는 진실을 품게 했다.

나는 네가 떠도는 와중에도 결코 차갑지 않았음을 기억한다. 길가의 풀꽃 앞에서 멈춰 서던 너, 낯선 이에게 먼저 미소를 건네던 너. 애달픔은 네 삶의 짐이 아니라, 네 삶의 온기였다.

세상은 늘 정착한 자들의 언어로만 기록된다. 집을 짓고, 가족을 꾸리고, 뿌리를 내린 이들의 서사로 채워진다. 하지만 나는 말하고 싶다. 떠돌이의 기록도 필요하다고. 방랑자들의 발자국 속에야말로 인간의 가장 솔직한 진실이 담겨 있다.
길은 발밑에 있지만, 목적지는 늘 가슴속에 있다.

네가 걸어온 길이 헛되지 않았다. 낯선 도시에서 흘린 눈물은, 다른 이에게는 위로가 될 것이다. 눈보라 속을 견뎌낸 발걸음은, 언젠가 누군가에게 길잡이가 될 것이다. 방랑의 끝에서 네가 만나는 것이 황량한 벌판일지라도, 너는 이미 수많은 길 위에서 환영받았다. 하늘이 네 지붕이었고, 바람이 네 벗이었으니.

나는 바란다. 네가 방랑을 멈추지 않기를. 그러나 그 방랑이 고통만이 아니라 위안이 되기를. 애달픔이 너를 무겁게 짓누르는 쇠사슬이 아니라, 오히려 가슴을 데우는 불씨가 되기를. 네가 떠돌이의 삶 속에서도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기를.

언젠가 네가 알게 될 것이다. 방랑은 외부의 여행이 아니라 내면의 여정이었다는 것을. 너는 어디에도 정착하지 않았지만, 그 방랑 속에서 누구보다도 깊이 자기 자신을 만났다.

애달픈 방랑자여, 오늘도 길 위에 서 있는 너에게 이 말을 전한다.
“네가 걸어온 모든 길은 헛되지 않았다.”
너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지금의 너를 만들었다.
네가 애달팠기에, 우리는 살아 있다는 감각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니 계속 걸어라.
비록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황량한 길이라 할지라도, 네 방랑은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 남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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