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어른께서 아들내미 간식 사 먹이라고 3만원을 보내셨다.
맛난거 사 먹이고 나서 아들(5세)에게 직접 감사인사를 드리게 할 생각이지만,
먼저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렸다.
3만원으로 뭔가를 사 먹는다면 참 많은걸 먹을 수 있다.
떡볶이, 순대, 햄버거, 피자 뭐 등등등....
족발 보쌈 같은 비싼 음식도 사 먹을 수 있을정도니 3만원의 간식비는
아이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금액이다.
아들내미 맛난거 사 먹이라 하셨으니....
물어봤다.
"뭐 먹고 싶어?"
"수박"
수박이란다.
살면서 3월에 수박을 먹어 본 기억이 없다.
수박은 당연히 여름철에나 먹는 과일이었으니까.
오다가다 하우스 수박이 나오는거야 알고는 있었지만,
마치 풍경이 스쳐 지나 듯 인식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금은 딸기가 딱 시즌인 때 아닌가?
딸기 먹으면 모두가 행복한데?
라는 생각과 동시에,
'그래, 먹고 싶다니까. 먹고 싶은거 먹는게 중요한거지.'
라는 생각으로 마트로 향했다.
역시나... 마트엔 딸기가 메인이고, 영롱한 붉은빛을 내비치며 유혹을 했다.
유혹을 뿌리치고 수박을 찾기 시작했다.
역시나, 수박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저 멀리 보이는 수박 여섯 통.
있었다. 하우스 수박이...
그리고 가격표로 시선을 옮겼다.
- 25,000 -
이만 오천 원.
치킨보다 비싸고,
어지간한 외식 한끼가 가능한 금액.
비싸다는 최고급 죽향 딸기를 맛볼 수 있는 금액.
그리고 그 무엇보다 드는 생각.
'와, 수박을 이만 오천원에 먹어?'
피식 하는 헛웃음이 나왔다.
수박이 비싸서? 아니다.
예전에 샤인머스킷 나온 초기에 그렇게 이슈라며 먹어본다고 포도 한 송이에 삼만 얼마 주고 먹던 건?
안 가본 해외 여행 가본다고 큰 돈을 썼던 건?
헛짓한다고 날린 돈은? (주식이라고 말은 못하....)
그런데 없어서 못 먹는 것도 아니고,
장인어른이 총알도 빵빵하게 채워 주셨는데,
아들이 먹고 싶다는거 사 주라고 해서
몸에 나쁜것도 아니고 수박을 먹겠다는데,
안 될 이유?
이성적으로 없다.
수박은 몇천원 ~ 만 얼마.
여름에 먹는 것.
그 선입견이 날 옭아죄고 있던 것이었다.
이 선입견을 깨지 못하면 어떤 틀도 깨지 못 하리.
수박을 들었다.
아이 머리통 만한 사이즈였지만, 속은 튼실하고 무게도 꽤 나갔다.
계산대로 옮기고 집에 오기까지.
결정에 대한 단 한번의 후회도 하지 않았다.
아들은,
수박을 먹을 행복감에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선입견을 깰 계기가 주어진다면,
내가 한 걸음 나아 가느냐 가지 못하느냐로 세상이 변하리라.
삶의 행복은,
효율이 아니라 그 순간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서 만족할 수 있느냐를 충족하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