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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이 Mar 22. 2018

포르토마린,
안개 속 마을

Camino Frances 


Portomarin


https://goo.gl/maps/7XSXZAEHbun


겨울의 산티아고길을 걸었지만 어느 곳의 풍경을 만날때는 다른 계절의 풍경또한 머릿속에 상상해보곤 했다.  

다녀와서 검색을 해보면서 그 모습을 눈으로 확인은 했지만 다른감각 이를테면 햇살의 냄새나 얼굴에 느껴지는 햇살이라던가.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또는 누군가와 함께냐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들이 있다.  

도착할때의 포르토마린의 풍경은 호숫가를 끼고 있는 이쁜 마을이었다. 겨울의 산티아고길의 작은 마을들은 비수기인탓인지 언제나 스산한 기운이 맴돈다. 거기다 점심이 지난 저녁이 되기전의 마을은 인적도 없이 쥐죽은듯 조용하다.  마을 초입 호숫가에 있던 비어있는 수영장이 있다. 이곳의 북적이는 여름의 풍경을 상상해본다.  


 알베르게에 짐을 풀어놓고 나와 마을을 구경한다. 저녁에 뭘 먹을지 레스토랑을 찾아봤는데 아무래도 오픈은 할지 모르겠다.  수퍼마켓에 들러 다음날 먹을 빵과 초콜렛을 구입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길에서 일본인 친구 유야를 만났다. 너는 다른 친구들과 40킬로의 여정을 가는거 아니었냐? 물었더니 마을이 너무 이뻐서 이곳에서 멈춰섰다고 한다. 일본인스럽지 않게 자기의견을 이야기하는 분명한 성격의 어린 친구이다. 그건 저녁 레스토랑에서 메뉴 주문을 할때 다시 느꼈었지. 



일몰을 보며 비행기가 지나간 흔적을 보면서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같다고 이야기했다. 

 


길에서 먹은 저녁중 산티아고를 빼고 가장 럭셔리한 저녁식사였을 것이다. 피자, 감바스알아히요에 이어 소고기 1킬로의 푸짐한 저녁식사. 그렇게 왕창 먹었음에도 한사람당 3만원돈이었던거같다. 유야는 아무래도 학생이었기 때문에 좀 부담스러웟을지 모르겠지만, 가장 어렸기에 가장 많이 먹었으니 그걸로 괜찮겠지. 훗.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은 천국이려나, 2-3유로 와인도 괜찮았지만 8유로정도면 꽤 괜찮은 와인을 실컷 마실 수 있다. 



호숫를 끼고 있어서 새벽의 풍경은 안개속에 묻혀져 있다. 무언가 사일런트힐이 떠오르는 아무도 없는 마을의 풍경이다. 그래서 좀 무서웠기도 하다. 바에 들러 커피와 빵을 먹고 혼자 길을 떠나본다. 



아무도 없는 길은 안개속에 묻혀져 있고 새소리와 안개속에서 떠오르는 햇살만 있다. 



언덕을 한참 오르자 안개가 걷힌다. 안개가 걷힌게 아니라 내가 안개속에서 벗어나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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