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앞에 있는 누군가의 눈이 특별하다고 말해주세요.
출근 시간 혹은 퇴근 시간, 바쁘게 어딘가로 이동하는 사람들로 빽빽한 런던 튜브 안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들과 마주치게 된다. 그럴 때면 시선을 받는 사람이 부담스럽지 않게 하지만 또렷하게 초점을 맞추어 그 사람의 눈동자를 응시해본다. 같은 눈동자의 형태나 색을 가진 사람은 없다. 그게 신기하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검은 눈동자를 가진 나는 그게 왠지 부러웠고 내가 부러워할 만한 눈동자의 색을 가진 친구를 언젠가 만났을 때 대수롭지 않게 나의 불평을 토로해 보았다.
“왜, 가끔 다른 사람들 눈을 관찰해보면 눈동자 색이 다르잖아? 나는 그게 정말 신기하고 솔직히 약간은 부러워. 내 눈동자 색은 지루할 정도야.”
그 친구는 잠깐 소리 내어 웃더니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오히려 너 같은 검은색의 눈동자가 좋은데. 마치 눈 안에 우주가 담긴 것 같아서.”
이번엔 반대로 내가 크게 웃고 “그래? 그럼 나랑 바꾸자.”라는 실없는 농담을 대답으로 건넸다. 그 친구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계속 그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괜스레 은근한 미소와 함께.
누군가의 눈에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푸른빛의 겨울 바다가 있고 어떤 누군가의 눈에는 아침 햇살이 드리운 싱그러운 녹색 숲이 있으며 또 다른 누군가의 눈에는 구름 하나 없어 톡 건드리면 바스락하고 깨질 것 같은 맑은 하늘이 있다. 그때부터 나는 내 눈에 우주가 담겨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당신의 눈에도 아름다운 무언가가 담겨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