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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든 May 07. 2018

이게 제일 맛있어요

낯선 장소에서 때로는 모르는 사람의 추천에 기대보는 것도. 


말라가에서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네르하라는 곳에서 3일을 보내고 말라가에서 하루를 보내기 위해 돌아온 날이었다. 머무는 시간에 비해 해보고 싶은 것이 많아 숙소에 짐을 풀고 옷만 갈아입고 나오는 길이었는데 5월 초 남부 스페인에 위치한 도시의 햇빛은 매우 후끈했다. 마침 말라가 대성당 옆에 젤라또 가게를 하나 발견했고 시원한 젤라토를 하나 사먹으면 더운 기운이 좀 가실까 싶은 마음에 바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다양한 색과 맛의 젤라또 냉장고 앞에서 천천히 구경을 하고 있는데 내 옆에 서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머리가 하얀 할머니가 방긋 웃으면서 내게 말을 걸었다. 


"피스타치오랑 화이트 초콜릿이 섞인 이 젤라토가 제일 맛있어요."

"아, 그런가요?"


그리고 할머니는 본인의 주문을 가게 직원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억양이나 단어가 스페인어는 아닌 것 같았고 마지막에 '메르시'라고 인사를 하는 걸로 보아 말라가에 살고 있는 프랑스인 할머니일 것이라는 추측. 사실 나는 내가 항상 즐겨먹는 다크 초콜릿맛 젤라토를 주문하려던 찰나였다. 그대로 내가 생각한 대로 주문하느냐, 아니면 누군가의 선의가 담긴 작은 참견에 흔쾌히 응답하느냐의 순간. 


"할머니를 한번 믿어볼게요! 피스타치오랑 화이트 초콜릿맛 젤라토를 콘에 올려주시겠어요?"


예상컨데 새로운 곳을 여행을 하고 있다는 상황과 무더운 날씨의 조합 속에서는 내가 무엇을 골랐어도 만족스러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다만 여느 때처럼 돈을 건네고 젤라토를 받아 나오게 되었을 그리 특별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예상치 못한 타인의 개입은 하나의 이야기를 더해주므로 더욱 특별하게 머릿속에 남는다. 날씨 앱을 확인해보니 말라가는 23도에 화창한 날씨라고 한다. 나에게 그 젤라토를 추천해준 할머니는 오늘도 그 가게에 들러 잠시 쉬어가고 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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