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연쇄

0.1%의 확률을 높이는 아침의 다정함

by 조의민 변호사

변호사로 살다 보면 부정적인 이야기와 날 선 감정들을 매일같이 마주한다.


직업 특성상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어두운 면을 끊임없이 들여다봐야 하기에, 스스로 꽤 무덤덤하고 단단한 성격을 가졌다고 자부해 왔다. 웬만한 비난이나 고함 정도는 서면 속의 오타 하나를 지우듯 가볍게 넘길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그 자부심이 아주 작은 균열로 무너졌다.


​일정 때문에 아침 일찍 집을 나서 택시를 탔을 때다. 기사님은 운전대를 잡은 내내 중얼거리며 욕설을 내뱉었고, 가속과 급브레이크를 반복하는 난폭한 운전으로 나를 몰아붙였다. 목적지에 도착해 내릴 때 내 마음에는 눅눅한 불쾌함이 자욱하게 깔려 있었다.


​택시에서 내린 후 만난 다음 사람에게, 나는 평소보다 조금 더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을 내뱉고 말았다. 상대의 사소한 실수를 웃으며 넘길 수 있었던 평소의 ‘나’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아침에 수혈받은 그 부정적인 에너지가 내 입을 통해 다시 타인에게 전이된 것이다.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만약 방금 내가 대면한 그 사람에게 오늘 아침의 첫 상대가 ‘나’였다면, 그 사람 역시 방금의 나처럼 다음 사람에게 독한 기운을 전염시키지 않을까?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불행이나 갈등은 어쩌면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아침 첫 대면에서 시작된 작은 불친절의 연쇄 반응일지도 모른다.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기 싫다는 것 외에, 대체 무슨 이유로 기분이 나빠야 할까.


​우리는 모두 행복해지기 위해 애쓰지만, 정작 타인의 하루를 망치는 데는 너무나 인색하지 못하다. 만약 우리가 아침에 처음 만나는 타인에게만이라도 의식적으로 다정하고 친절하게 대한다면 어떻게 될까?


​로또 1등에 당첨되는 기적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우리 주변의 누군가가 오늘 하루를 웃으며 보낼 확률이 단 0.1%라도 올라가지 않을까?


변호사가 사실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것처럼, 우리도 매일 아침 ‘다정함’이라는 증거를 먼저 제출해 보는 건 어떨까 싶다.


​아침의 첫 인사가 다정하면, 그 온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결국 저녁 무렵의 누군가를 구원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늘 나의 날카로움이 멈춘 그 자리가 다시 다정함의 시작점이 되기를 바라며, 내일 아침의 첫 인사를 미리 연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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