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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묘 Jun 02. 2019

독립출판 여행 에세이 틈

[틈 사이에서 발견한 행복한 날의 허술한 기록] 독립출판 

#부끄러운 습작

부끄럽게도 2017년 독립출판으로 책을 한 권 냈다.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딱 100권 1쇄만 찍었으니 귀하다기보다 아주 희소한 책이다. 요즘은 그때보다도 더 독립출판물과 독립출판서점이 자주 보이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스멀스멀 그 낌새가 나타나기 시작하던 때로 기억된다. 글빨이 좋아서 시작했다기보다는 글을 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편집, 디자인, 인쇄, 심지어 판매까지 책을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배울 수 있다는 이야기에 흥미를 갖고 호기롭게 시작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정말 녹록하지 않았다. 두어 달의 과정 동안 컨셉을 잡고 컨텐츠를 만들고 제작을 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중간에 책을 만드는 과정을 배우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물고기 잡는 법을 알면 언제고 다시 만들 수 있다고 나의 상황을 정당화했다. 그리고 나에게 있는 컨텐츠가 무엇인지를 생각했다. 문득 그 옛날 싸이월드 속 허세 가득한 글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끄적인 여행 사진들이 떠올랐다. 종종 지인들이 사진 잘 찍는다고 칭찬해줬던 기억까지 소환해서 여행 에세이를 만들겠노라 선포하고 뻔뻔하게 독자를 구하고 다녔다.  

뻔뻔하게도 독자를 구한다는 포스팅

#여행 에세이 틈;의 저자 김효선

그렇게 만들어진 책이 틈;이라는 책이다. 직접 입고 요청 메일도 쓰고, 거절 당하기도 일쑤. 그러다 몇 권 가지고 오라는 회신을 받으면 뛸 듯 기뻐하며 반차 쓰고 입고하러 가고, 비싼 유통마진까지 떼어주는 계약서도 쓰고 최인아책방, 지프리, gaga77page에 입고도 했다. 소량씩이었지만 품절도 겪고 재입고도 하며 팔이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뿐이랴 허술한 책 한 권 썼다고 축하도 많이 받았고, 출판기념회에 북토크까지 재미나고 신나는 일들이 펼쳐졌다. 이제와서 말하지만 100권 중 9할은 지인팔이었다. 하지만 내가 만든 결과물이 부족하지만 손에 잡히는 무언가가 되어 누군가의 손에 쥐어줄 수 있다는 기쁨은 일을 할 때와는 또 다른 벅참이었다. 그리고 책 만드는 과정을 함께 했던 친구와 나눈 대화의 시간, 책의 퀄리티를 떠나서 주변인들이 내게 보내준 마음과 피드백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뭉클하고 고맙다. 내 마음과는 별게로 부끄러운 결과물을 돈을 받고 판매한다는 것은 아주 민망하고 죄송한 일이기도 하다. 이 글을 빌어 정가로 배송비까지 내고 구매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한다.

책 표지와 구매를 독촉하던 포스팅
출판기념회에 온 예술하는 지인 그려준 그 날의 우리
판매 1위에 Sold out까지 경험했던 기억


#지속하고 싶은 여행 그 날의 햇살, 바람, 공기에 대한 기록

최근 퇴사를 하고 나서 나 스스로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가? 그런 고민 중에 남은 또는 혹자들이 많이 언급해준 인간 김효선의 키워드 몇 개가 있는데 #여행 #사진 #사람 #웃음소리 #긍정에너지 #비타민 등의 단어들이 있더라. 그 중 여행이란 키워드는 바쁜 일상에 틈만 나면 짬짬이 떠난 현실도피였는데 나를 표현하는 귀한 단어로 남아있었다. 이 키워드를 어떻게 엮어가야 할지 아직은 잘 모르지만 일단 #여행 #사진 단어를 묶어 과거의 앞으로의 기록을 한 곳에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써놓고 내가 가장 자주 볼 것 같지만 책으로 엮었던 과거의 글과 그 이후 SNS 남긴 기록한 글, 앞으로의 다녀올 곳에 대한 글까지 이 곳이 남겨보려고 한다. 글과 사진, 영상을 통해서 그 날의 햇살, 바람, 공기에 대한 기록으로 기억을 지배해 가보려고 한다.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데 있다
- 마르셀프루스트(Marcel Pro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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