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을 추억하며-
@인천에서 도하 가는 비행기 안
여행길에선 무언가 쓰고 싶다는 욕구를 느낄 때가 많다. 혼자 다닐 때는 아무리 가방이 작아도 노트와 필기구를 항상 챙겼는데, 이번에는 함께 가는 사람이 있으니 굳이 챙기지 않았다. 펜은 있으나 종이는 없어 핸드폰 메모에 쓰는데 역시, 영 기분이 나진 않는다.
앞으로는 '나'의 여행보다는 '우리'의 여행이 더 많을 것이다.
혼자 하던 여행이 '우리의 여행'이 되면 어떤 것들이 바뀔까?
1년 전 혼자 떠난 유럽 여행에서 무서운 일을 당하고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맘과 여행을 끝내고 싶지는 않은 맘이 뒤섞여 엉엉 울 때만 해도, 다시는 혼자 여행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언젠가는 분명(어쩌면 지금도) 혼자 여행할 날을 꿈꾸게 되겠지.
남편(이란 말이 아직 어색하지만)이랑 여행을 안 해본 것도 아니지만, 부부가 되고 떠나는 첫 여행이라 그런지 이번엔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좀 이상하다.
결혼이란 대체 뭘까.
어제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우리 두 사람이 하나가 되었다는 게 실감 나지 않는다. 얼얼한 갈비뼈와 측면 근육(ㅋㅋ) 그리고 왼손의 반지만이 알려줄 뿐. 예상보다 너무나 많은 분들이 와주셨다. 잊지 않고 찾아준 지인들이 어찌나 고마운지!
중요한 순간에 함께 있어주고, 내가 맘 편히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내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고마운 사람들. 받은 관심과 축하를 두고두고 돌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식장에 도착한 이후로 모든 순간이 긴장되었지만, 사람들 앞에 남편과 마주 보고, 손잡고 있는 순간만큼은 그 떨림도 두근거리는 설렘이 되었다. 그런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사람과 함께일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지 벌써 한 달이 지나가버렸다. 어느 여행이 그렇지 않겠냐마는 인생에 단 한 번뿐인 신혼여행의 기억을 오래오래 잊지 않기 위해 남겨보려고 한다. 부담 없이. 마음 가는 대로. 다소 두서가 없을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