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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진리 Jan 18. 2021

낭만과 동경이 가득한
<에밀리, 파리에 가다> 리뷰

드라마 리뷰 | Netflix <에밀리, 파리에 가다> (2020)

* 지극히 주관적인, 오로지 제 시선에서만 바라본 리뷰입니다.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봉주르 파리! 낭만의 도시에서 꿈의 직장을 갖게 된 에밀리. 프랑스어는 못하지만, 마케팅이라면 자신 있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인생. 사랑과 우정은 여기서도 복잡하다.


    코로나 19로 해외여행을 할 수 없는 요즘, 이 시국을 겨냥한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 집에서 드라마를 통해 랜선으로 파리를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비주얼적으로 볼거리가 매우 풍부하다. 아름답고 낭만적인 파리의 풍경은 물론이고, 알록달록한 에밀리의 패션은 움직이는 룩북을 보는 것 같다.





힐링 여행 드라마이자 가벼운 칙릿 장르


    이 드라마는 지향점이 매우 뚜렷하다. '젊은 세대를 겨냥한 가볍게 보기 좋은 드라마'다. 극 중 에밀리는 SNS 마케팅 부서다. 그래서 그런 걸까, 에밀리가 사진을 찍어서 본인의 인스타그램(@Emilyinparis)에 업로드를 하고, 좋아요와 댓글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요즘 젊은 세대가 SNS와 함께 여행하는 방식을 드라마로 구현해낸 것이다. 또한 젊은 세대의 모바일 사용 환경에 맞게 드라마 러닝타임이 20분 이내 총 10부작으로 매우 짧다. 심각한 위기나 인생을 좌우하는 고민보다는 '지금 이 순간,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에 초점을 맞춘다. 젊은 세대의 최대 관심사이자 고민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에밀리, 파리에 가다>는 칙릿 장르다. 칙릿이란 1990년대 중반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등장한 일종의 소설 장르로, 20대~30대 미혼여성의 일과 사랑을 주제로 삼는다. 일 때문에 프랑스에 파견 온 에밀리는 프랑스 남자들과 얽히며 아슬아슬한 하루를 보낸다. 여성 서사와 여성들의 우정 이야기 또한 매료될 수 있는 포인트다. '파리'라는 공간이 주는 동경, 그 속에서 벌어지는 우정과 사랑. 시청자의 낭만을 자극하는 요소들을 모두 모아놓은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통통 튀고 발랄한 장르의 톤에 맞게 <에밀리, 파리에 가다>는 개연성을 조절했다. 에밀리가 새로 일하게 된 프랑스 회사에서 인정받는 과정에는 노력과 실력보다는 그가 본래 갖고 있는 '센스'와 '소질'이 크게 한 몫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게 되는 과정에는 길을 가다가 갑자기 만나는 '우연'이 중요했다. 다른 드라마였다면 자칫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설정이지만, 이 드라마는 가벼운 칙릿을 지향하기 위해 일부러 개연성을 조절한 듯한 느낌이 든다. 만약 에밀리가 성공을 위해 밤을 지새우며 책상에 앉아 머리를 붙잡았다면 <에밀리, 파리에 가다>가 과연 힐링 여행 드라마가 될 수 있었을까? 






미국의 눈으로만 바라본 프랑스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에 대한 편견이 들어갔다는 비판 또한 존재한다. 주인공인 에밀리는 미국 사람으로, 굉장히 밝고 매사에 긍정적이다. 그에 비해 에밀리와 대립되는 프랑스 사람들은 위생관념이 떨어지고, 까칠하고 게으르며, 성차별적인 생각을 갖고 있고, 유행에 뒤처질 만큼 고지식하게 그려진다. 프랑스 회사에 온 에밀리가 "자유로운 미국의 마케팅을 알려주러 왔다"는 식의 대사를 하는데, 이것 또한 미국 우월주의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드라마 전개 방식을 보면 편견 요소를 더 느낄 수 있다. 미국인 에밀리와 프랑스인 회사 동료들은 사사건건 의견 대립이 일어난다. SNS를 통해 명품을 대중화하려는 에밀리 vs 명품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지키려는 회사 동료들. 성차별적인 광고를 비판하는 에밀리 vs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을 고수하려는 광고주. 미국과 프랑스의 문화 차이로 인한 대립이 빈번하다. 그리고 이 대립의 승자는 당연하게도 에밀리다. 이제 막 프랑스에 도착해 프랑스 문화는커녕 프랑스어도 모르는 풋내기가 몇십 년 동안 업계에서 일해왔던 프랑스인들의 의견을 꺾는다. 에밀리의 판단이 옳았다는 식의 전개는 자칫하면 프랑스에 대한 편견을 심어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 


    Cf) 프랑스를 다녀온 익명의 친구(H)는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 드러난 편견이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나 실제로 본인이 겪은 프랑스가 그랬기에 공감된다고 했다. 개인에 따라 생각하는 바가 다를 수 있는 지점인 것 같다.






    에밀리가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시청자도 기분 좋게 만든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나 또한 랜선 여행하는 기분으로 재미있게 봤고, 파리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며칠 만에 정주행 할 만큼 흥미롭게 봤으면서 이상하게도 시즌 2가 엄청나게 기다려지지는 않는다. 아마 조금만 생각해보면 다음 내용을 유추할 수 있을 만큼 어디선가 많이 본 에피소드를 가져왔기 때문이 아닐까. 스토리보다는 <에밀리, 파리에 가다>가 주는 비주얼적 요소들과 파리의 분위기, 그리고 에밀리의 밝은 성격을 보는 맛이 있는 드라마다.




Netflix <에밀리, 파리에 가다>
2020.10.02 / 10부작
*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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