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가 기회를 만든다
경찰 방패 디자인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나는 여전히 연구소 책상에 앉아 있었다.
페이퍼 작업, 자료 조사, 설문 입력, 렌더링.
누가 보면 단순한 보조 업무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디자인은 늘, 거기서부터 시작된다는 걸.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작은 문제에 귀 기울이는 일.
그게 디자이너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는 걸
그때 처음으로, 몸으로 배웠다.
내가 주도한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하지만 내 손은 누구보다 바빴다.
기획서 한 줄, 시제품의 굴곡 하나에도
내가 배운 것, 생각한 것을 조심스럽게 담아내려 했다.
그게 복학 후의 내 삶이었다.
낮에는 강의실에서 졸고,
밤에는 연구실에서 잔업을 했다.
가끔은 술에 취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나는 이걸 왜 하고 있지?”
그러던 어느 날,
랩실에서 친하게 지내던 한 살 위 형이 다가왔다.
모바일 폰 제조업체에서 알바를 구한다며
관심 있냐고 물었다.
그 회사 이름을 듣는 순간,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SKY.
그 시절,
디자인을 한다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고개를 들고 바라보던 이름이었다.
마침 등록금도 필요했고,
학생 신분으로 디자인 중심의 회사에서
실무를 경험할 기회였다.
놓칠 이유가 없었다.
그날 밤,
나는 포트폴리오를 다시 펼쳤다.
과거의 작업들을 모아 새롭게 정리했다.
플러스펜보다 연필을 좋아했던 나.
생각 보다 좋은 작업들과 퀄리티 보니
나는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날 나는 나 자신을 이렇게 불렀다.
“디자이너 오쌤.”
지난 작업물이 나에게 분명하게 말해준다.
“디자인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문제 앞에 서는 사람의 자세라는 걸.”
여러분,
“당신의 날들은, 안녕하십니까?”
이로써 열아홉 편의 기록을 마친다.
신문 배달로 시작한 고등학생,
교복을 벗고 군복을 입었던 청춘,
그리고 다시 연필을 든 복학생.
이건 한 사람의 이력이 아니라,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하나의 세계를 통과해 온 기록이었다.
잘 그리는 법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던 시간이었다.
나는 이 여정에서 배웠다.
묵묵히 그리는 사람은 많지만,
묻고, 듣고, 실행하는 사람은 드물다는 걸.
내가 걸어온 길이
누군가에겐 별것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
이번 기록은,
〈당신의 자리는, 안녕하십니까?〉로 이어지는
과거의 이야기다.
디자이너가 되기 전,
나는 먼저 내 날들을 지나왔다.
“오쌤, 이제 어디로 가시나요?”
응.
이제 진짜, 날아야지.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글/그림 : 오쌤
※ 이 글은 일기를 바탕으로, 제가 겪은 실제 경험과 기억을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은 모두 가명이며, 묘사된 상황에는 개인적인 시선과 해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또 다른 이야기일 수 있음을 이해하며, 이 글이 상처가 아닌, 공감으로 닿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