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두어 번쯤 시도했고 탈락했던 이력이 있다. 글 쓰는 걸 좋아하지만 늘 지인들이 주로 보는 페이스북이나 아무도 모르는 워드프레스 블로그이거나 한정적으로 이웃을 맺어둔 네이버 블로그 일기 같은 글들이어서 낯 모르는 사람들이 내 글을 본다는 것을 막연하게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랬으면서도 브런치는, 되기만 하면 작가가 된 것 같은 느낌일 것 같아서 두어 번 용기를 내 도전하고 탈락한 뒤에 혼자서만 의기소침해하고 있었다, 아니 의기소침이라기보다 얼굴도 모르는 담당자에게 서운해하고 있었다고 해야 하나. 나도 글 좀 쓰는데,라고 혼자 중얼거리면서. 그러다 옛 직장의 동료가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며 꾸준히 글 쓰는 것을 보고, 다시 해보자 싶어 ‘한 번에 브런치 작가되는 법’, ‘드디어 네 번 만에 브런치 작가 되었습니다’ 같은 글을 검색해서 정독한 뒤 다시 도전한 신청에서 드디어 되었다, 브런치 작가.
막상 첫 글을 쓰려고 보니, 무엇을 쓰겠다는 각오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적어보는 게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관심 있어하는 것과 고민하는 것들이 결국 글이 되어 나올 테니 내 소개를 적고 나면 브런치에 쓸 글들의 방향이 정해질 것만 같아서 막연함을 떨치고자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잠깐 생각했다.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데모그래픽 기준으로는
40대, 여성, 1인 가구, 근로소득자
커리어 기준으로는
20년 차 (Commerce, 교육, 콘텐츠, 게임, 검색 등 다양한 도메인의) IT 프로덕트 매니저,
취미(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해 본 적이 있거나 하고 있는, 여가를 보내는 활동으로 정의한다면)를 기준으로는
서킷 드라이빙, F1 관람, 수영, 스쿠버다이빙, 클라이밍, 달리기, 코바늘 뜨기, 화분 가꾸기, 네일 아트, 운전, 요가, 미술관, 타이핑, 게임들, 구두
관심 있고 더 알고 싶은 것들 기준으로는
언어(영어를 베이스로 한 외국어), 결과물을 창작해내는 모든 활동, 좋은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좋은 어른이란 무엇인가, 양자역학(...?)
모토 기준으로는
우아하게 나이 들자, 하루에 하나 새로운 경험을 해보자, 베푸는 사람이 되자, 하루에 반의 반걸음만큼이라도 앞으로 나아가 더 나은 사람이 되자.
지향점이 하나는 보일 것 같았는데, 적어놓고 보니 한데 모아 정의하기에는 중구난방, 복잡한 사람이구나 싶다. 늘 나에 대해 쓰는 것은 쉽지만 낯 모르는 사람들이 읽기에 지루하지 않도록 보편적으로 쓰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생각을 글을 쓸 때마다 한다. 메모장에 적어두는 일기 같은 글보다는 나를 모르는 사람들도 읽고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은데 한 번도 그런 공간에서 글을 써본 적은 없으니, 브런치 안에서 ‘남들이 읽고 공감할 수 있도록 보편적으로 나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소정의 목표가 되시겠다.
부디 부지런하고 꾸준하게 이 공간을 가꾸어 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써보는 첫 글.